수업 시간에 열심히(...) 1차.
그리고 수업 끝나고 교수님 붙들고 단어 확인..ㄱ-
사전 들고 다니자니 무거워서 못하겠네영 ㅎㄷㄷ.
기본적으로 끊는 곳은 본서에 표시된 * 표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물론 진행 정도에 따라 * 2개 이상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하나가 기준.
제 1막 Stormy day (1)
["천년 후"… "나는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태어날 겁니다".]
찢겨져 가는 포스터가 강한 바람에 팔락이며 날리고 있었다.
기요미즈테라(清水寺)의 무대에 울려퍼진 와타루의 목소리가, 멀리 떨어진 케이에게도 들렸던 것일까. 태풍의 접근을 알리는 바람을 맞으며 걷던 케이는, 언제부터인가 무의식적으로 같은 대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이 불상과 만나겠지요."]
인적이 드문 거리였다. 유흥업소의 간판이 질서없이 늘어선 지저분한 거리에, 빈 캔이 굴러다닌다. 용기를 북돋아 주는 주문인 양 대사를 읊으면서, 케이는 앞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불사의 이름도 향도 사라질 날에."]
케이는 험악한 표정으로 지하 계단 앞에 섰다. 협박 문자에 지정된 장소는 에비스(恵比寿)의 뒤쪽 골목에 있는 작은 클럽이었다. 막차 시간도 지나 주변에 인기척은 없다. 가로수가 강풍에 흔들려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유타….)
케이는 주저않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큰 볼륨의 클럽 음악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플로어에 밀집한 남녀 사이를 헤치고, 지시한 대로 DJ 부스 앞에 서 있는 빨간 티셔츠의 남자에게 말을 걸자, 그대로 가게의 안쪽으로 안내 되었다.
[케이 씨…!]
악취미스러운 비로드 풍 커튼의 너머에 유타가 있다. 회원용 개인실인듯한 인테리어의 방이었다. 유타는 묶인 채 테이블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도 상처는 없었지만 꽤 무서운 경험을 했던 듯, 안색이 백짓장처럼 창백하다. 매달리듯 올려다 보는 유타를, 케이는 눈으로 달래고는 정면을 노려보았다. 소파에 앉아있는 이들은 낯선 대여섯명의 청년이었다. 언뜻 보기에도 어딘가의 한물간 불량배들이었다.
[흐응, 정말 혼자 왔잖아? 배짱좋군.]
테이블 위의 핸드폰으로 바깥의 같은 패거리들과 상세히 연락을 주고받고 있던 모양이었다. 양 팔에 눈에 확 띄는 가시나무 모양의 문신을 한 남자가 껄렁한 자세를 한 채 케이를 향해 웃어보였다.
[어서오라고, 가즈라가와 케이 씨. 뭐, 마음 편히 있도록 해.]
[네놈들 누구지. 무슨 속셈이야. 무슨 생각인지 모를 짓거리 하지 마.]
[헤에. 역시, 그 녀석이랑 맞붙은 녀석 답게 성깔 있네.]
누구 얘기지, 라고 수상히 생각하는 케이를 무시하며 그들은 뭔가 소근대고 있다. 보스는 이 문신의 남자인 듯 했다. 그는 싸구려로 보이는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언뜻언뜻 보이며 담배를 피고 있다. 고사카이에게서는 [가능한 한 자극하지 않도록]이라고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주의를 듣고 왔지만, 케이는 화를 눌러 참는 것이 최선이었다. 등 뒤에는 어느새인가 퇴로를 막으려는 듯 덩치 큰 남자가 서 있었다. 케이는 주의깊게 주위에 시선을 향하며,
[됐으니까, 얼른 유타를 풀어줘. 그런 약속이었잖나.]
[얘기부터 하고 말이지…. 에- 그러니까, 화 내지 말고 들어주겠어? 너 "적의 뭐시기"인가의 "오귀스트"를 하려고 하지?]
케이의 움직임이 순간 멎었다.
[그게 너희와 무슨 관계가 있지.]
[있지, 있고 말고. 엄청나게 있어. 너 말야, 진심? 진짜로 할 생각?]
케이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봐도 연극 관계자는 아니다. 배우의 세계와도 연이 없어 보이는 패거리가 어째서 그런 걸 묻는지 알 수가 없다.
[너희들이랑 관계가 있는 거냐고.]
[물어본 건 이쪽이잖아. 진짜로 하고 싶어? 뭣 때문에? 돈 때문에?]
진지하게 대답해 줄 필요가 있는 걸까, 라고 생각했지만, 대충 대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끈덕진 기색을 상대의 눈초리에서 느낀 케이는 각오를 하고 마주 노려보며,
[돈 때문일리 없잖아. 오귀스트는 내게 있어 특별하다고. 하이바라 씨의 밑에서 그 역을 연기 해 보고 싶어서 연극을 시작했다. 진심인게 당연하잖아?]
흐응-, 이라고 하며 그는 나이프의 끝을 셔츠자락으로 닦고 있었다.
[돈 좀 벌어도 그만두지 않겠단 거네. 네 녀석, 약점이 대체 뭘까. 어떻게 하면 오귀스트 관둘래?]
결국 목적은 그건가, 하고 케이는 이를 갈았다. 후보 떨어뜨리기다. 또 다시 『적의 신문』을 둘러싼 다툼이다. 이제 진저리가 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인가. 하이바라 유게쓰의 무대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어째서 이리도 집요하고 악랄한 것인지. 신물이 났다.
[……. 누구에게 사주받은 거지. 네녀석들의 주인도 구루미야군에게 폭발물을 보낸 놈과 같은 녀석이냐.]
[같은 취급 하지 말라고, 그딴 거 기습이라고. 우린 우리 '의지'로 하고 있는거야. 의 · 지.]
[웃기지 마. 네 녀석들이 내겐 오귀스트를 시키고 싶지 않단 얘기냐?]
[그래, 그런거야. 네 오귀스트 따위 봐 봤자, 말이지. 아무리 말해도 포기 못하겠다면, 그렇네. 모처럼이니 거기 굴러다니는 거에 흠 좀 내 본다던가.]
그 순간, 케이의 표정이 굳었다. 유타도 바짝 얼어서는 점점 더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둘러 싸고 있는 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다. 사람을 품평(品評)하듯 빤히 쳐다보는 눈이라든가, 귓속말을 하며 웃는 모습이라든가, 협박이라기 보단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어, 케이는 동요했다.
[네녀석의 엄마를 벗겨서 인터넷에 뿌리는 건 어때?]
[미안하지만 만에 하나, 네가 오귀스트 하게 되면 나, 네녀석 죽여버리러 간다? 괜찮지? 죽여버린다?]
[죽여버린다네-. 엄마가 당하는 게 아니고 말이지-. 캬하하하하하!!]
(뭐지 이 녀석들.)
지금까지의 상대들과는 악의의 느낌이 다르다. 그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케이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케, 케이 씨….]
앗차, 하고 발치를 보자 테이블의 아래로 기어든 남자가 펼친 나이프의 칼날로 유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 두려운 나머지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아 보이는 유타를 보고, 결국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어진 케이가 돌연 웃옷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곳에 있던 전원이 섬뜩해 져서는 주춤했다. 케이의 오른손에는 까만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순간, 그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바-보. 꼬마인 줄 아냐? 애도 아니…]
탕, 하고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리자, 청년들이 몸을 움츠렸다. 빠진 카트리지가 발치에 구르고, 총구에서는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더 할 얘기는?]
싸늘하게 내뱉은 케이의 눈동자는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허풍이다]라며 움직이려 드는 청년을 향해 케이는 뒤이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하는 총소리가 플로어까지 울린 것이겠지. 손님들이 소란스러워 지는 것을 등 뒤로 느끼며 케이는 어두운 시선을 들어 총구를 문신의 남자에게 향했다.
[사장한테 빌려 왔지. 예능 프로덕션이란 데가 뒤에선 조폭이랑 얽혀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없냐, 촌놈. 이딴 거 두 세개 쯤, 사장 책상에 들어있다고.]
모두가 숨을 삼켰다. 케이가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이 때문인 모양이었다. 위압적인 목소리에는 살기마저 어려있어, 이것이 케이의 본성인가 , 하고 유타까지도 얼어붙을 정도였다. 어깨를 으쓱 하고는, 총부리를 더욱 가까이 들이대며,
[사장의 허가는 받았어. 애들 두엇 죽여도 무마시키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봐, 얼른 그 녀석 풀어줘. 한 방 뚫리고 싶냐?]
그렇게 말하며 위협용으로 발포한다. 비명이 터졌다. 케이는 용서가 없었다. 계속해서 크게 블로우백 하는 총의 위력에 전원이 몸을 움츠렸다. 싸늘한 눈동자는 음산하게 가라앉은 채였다. 어딘가 망가져서, 다음에는 무슨 일을 칠 지 알 수 없다. 그 위험함에 모두가 완전히 뒤로 물러선 채였다. 흉악하게 뜨인 케이의 눈은, 확실히 사람 두 셋은 문제없이 쏴죽일지도 모를 광기를 품고 있었다.
[위, 위험하잖아, 이 자식….]
그렇게 말한 쪽을 향해, 간발의 차도 주지 않은 채 발포한다.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르며 청년은 또 움츠러 들었다. 주위에 화약 냄새가 맴돌았다. 케이는 떨어진 나이프를 주워 들어, 빠르게 유타를 묶은 끈을 끊고 팔을 잡아 일으켰다.
[얼른 바깥으로. 먼저 나가.]
유타는 무서운 듯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고, 커튼의 바깥으로 뛰어 나갔다. 댄스 플로어에서 비명이 들린 것은, 총을 든 범인이 뛰어나온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유타가 나간것을 확인하곤 [사망자가 없어 다행이군.]이라고 내뱉고, 케이는 빠르게 발걸음을 돌렸다.
쫓아오는 자는 없었다.
[다친 데는 없어, 유타?]
가게 밖으로 나오자 겨우 평소의 케이로 돌아와서, 유타는 갑자기 마음이 놓인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선, 결국 참지 못하고 매달려왔다.
[무서웠지. 미안. 휘말리게 해서…. 이제 괜찮으니까.]
[그, 그 총… 진짜, 예요?]
설마, 라며 케이는 그제야 웃어 보였다. 극단의 동료에게서 급히 빌려온 모델건이었다. 이전에 연극의 소도구로 썼던 것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도움이 되었다.
[대사도 그 때 연극 그대로. 단역인 불량배였지만.]
[노, 놀랐다구요. 진짜인 줄 알고…. 쓰는게 너무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곧 들킬 걸 알고 있으니까, 나머지는 연기로 커버할 수 밖에 없어서 긴장했어.]
유타는 케이의 연기자 배짱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케이의 박진감 넘치는 연기는 왠만한 악당 보다도 더 악당에, 너무나도 탁월했던 탓에 모여있던 전부가 실탄이 들어있다고 믿어버렸던 것 같다. 믿지 않았다고 해도, 살기에 눌려 움직일 수 없었던 거겠지.
[케, 케이 씨. 역시 대단해요. 누가 어떻게 봐도 성실한 케이 씨 같지 않았어요! 그 협박도 딱 어울려서, 무, 무서웠어요!]
그건, 이라고 변명하려 했다가, 케이는 말을 삼켜버렸다.
( - 그건, 구루미야 군이야.)
무엇을 이미지로 했는지는 본인밖에 모른다. 방금 그 자리에서 '흉악한 살인귀'를 연기하려고 했을 때, 와타루가 연기했던 신쥬로가 무의식적으로 떠올랐다, 같은 얘긴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난 그걸 흉내냈던 것 뿐이야.)
[분명 모로토를 했던 덕분이겠죠!]
유타의 웃는 얼굴에, 케이가 놀라 눈을 크게 떴을 때였다.
- 헤에…. 그런 거였군.
계단 위에서 갑작스레 다른 목소리가 들려와, 케이와 유타는 놀라 자세를 잡았다. 드레드 헤어에 코에 피어스를 한 꽤나 거만해 보이는 청년이 이 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배우한텐 주의하라고 했는데 말야. 료우지 자식도 얼간이로군.]
일이 꼬였군, 하고 케이는 후회했다. 흰 파카에 드레드 헤어의 남자의 뒤에는 안에 있던 패거리 보다도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이쪽이 진짜 보스인가…!)
[뭐, 모처럼 와 줬으니 말야. 느긋하게 얘기 좀 하자고. 가즈라가와 케이 씨.]
*
한편, 다른 쪽의 어른들은 여전히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유타의 사무실은 경찰이 오는 것을 꺼렸다. 케이가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도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등을 떠미는 기색이었다. 유타만 구한다면 케이의 안전은 어찌되든 상관 없다는 거겠지. 오히려 케이와 관련되어 유타가 휘말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말 따위를 꺼내는 지경이었다. 고사카이는 화가 치밀었다.
- 그게 다 큰 어른이 할 말인가! 가즈라가와 군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케이 혼자 움직이는 것이 조건이었던 탓에, 가게 바깥 멀찍이에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고사카이였다. 케이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을 작정이었겠지만, 그렇게 놔둘 수 만도 없었다.
또 한 명, 움직인 자가 있었다. 니토베 아라타였다. 케이는 아라타에게만은 도움을 청했다. 무슨 일이 있을 때에는 유타의 신변만이라도, 라고 부탁받아, 그는 케이보다 먼저 클럽의 손님으로 가장해 숨어들어 있었다.
[제길…, 완전히 놓쳤군.]
눈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게 앞에 선 까만 웨곤(wagon)이 케이와 유타를 또 다시 어딘가로 끌고 가 버린 것 같았다. 길 위에 케이의 핸드폰이 버려져 있었다. 고사카이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근처에 차량이 대기해 있습니다. 차 번호로 찾아보죠. 경찰에도 통보하겠습니다.]
동도 프로덕션(*약칭 '동(東)프로')의 관계자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녀석들의 신변사항이 신경쓰인 아라타는 다시 한 번 가게로 돌아갔다. 개인실의 청년들은 이미 뒷문으로 빠져나간 뒤여서, 아라타는 바텐더를 붙잡고 [녀석들, 단골?]이라고 물었다.
[아아, 오너랑 아는 사이라던가 해서, 한달에 세 번 정도 나타나서 소란을 피워요. 정말이지. 이 근처 사람은 아니었는데. 분명 마츠도였나, 카시와였나.]
카시와? 라고 아라타가 되물었다.
[지금 카시와라고 했나?]
설마, 라고 생각하며 급히 녀석들의 뒤를 쫓았지만, 이젠 자취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설마, 녀석들…!)
*恵比寿 : 칠복신(七福神)의 하나. 오른손에 낚싯대를, 왼손에 도미를 안은 바다 · 어업 · 상가(商家)의 수호신.
수업시간에 번역하는 걸로 모자라 수업 끝나고까지 질문질(...)해서 죄송합니다 S교수님.(넙죽)
BGM은 언밸런스하게 안젤리크 보컬이었습니다.
* 되도록이면 C님의 번역본은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ㅇㅂㅇ 제 번역에 영향을 끼쳐...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