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에서 하다가 끊긴 10권 3막 이후입니다.
와타루와 케이의 무대에서 첫 대결쯤 되었던 것 같네요... 처음인가? 같은 무대에 선 건....?
제 4막 Double CORE Tempest (1)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지?
대역이 연기한다고 했다.
구루미야 와타루가 「미노우라」를 연기해…?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린 케이는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쫓아 나온 히비키나 다른 공연자들도, 갑작스런 와타루의 등장에 숨을 삼켰다. 와타루는 다시 한 번 모두를 향해 돌아서며,
[처음뵙겠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오늘의 무대에서 미노우라 역을 연기하게 된 대역의 구루미야 와타루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뭐라고!]
경악한 듯 좌중이 수근거렸다. 히비키도 아라타도 눈을 크게 떴다. 이런 일은 듣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미노우라의 대역이라고? 저 구루미야 와타루가…?!
[바,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아주게. 외부자인 자네가 어떻게 이 무대의 주역을 연기하겠다는건가!]
할말을 잃어버린 케이를 대신해, 강하게 되받아 친 것은 미야마기(海山木) 역의 사이고 타카시(西郷敬)였다.
[자네는 단 한번도 연습에 참가한 적이 없지 않나. 컴패니의 일원도 아니면서 갑자기 연극에 참가 가능할 리가 없어. 웃기지 말게. 이건 어린애들 놀이가 아니라고!]
[연습은 했습니다.]
와타루의 목소리에는 자신이 가득했다.
[크레센트 컴퍼니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이 무대와 완전히 똑같은 연출 아래에서 연습해왔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모두가 거짓말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히비키도 오싹해져서는, 저도 모르게 하이바라를 보았다. 하이바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알카익한 미소(*Archaic Smile : 그리스 조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소와도 같은 표정.)를 입가에 떠올리고 있었다.
(하이바라, 넌…)
[구루미야 와타루에게는 고오리야마 씨의 연출대로 충실히 연극을 주입시켜 두었다. 물론 음향의 시작부부터 조명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실제와 똑같이 완벽하게 재현시킨 곳에서의 연습이다. 공연자는 우리 컴패니의 배우들을 써서 여러분의 대역을 하도록 해 두었다. 본 캐스트와는 첫 대면이겠지만, 구루미야가 대역을 하는데에는 어떤 문제도 없어.]
불손할 정도로 자신 넘치는 말투로 하이바라가 잘라 말했다. 그랬다, 하이바라는 자신 측의 캐스트와 스탭을 총동원해서 이 『외딴섬의 악마』의 연출을 완전히 재현했던 것이었다. 와타루는, 이 때가 올 것을 대비해 단기간 집중연습으로 「미노우라」를 완성해 왔다.
이 천재 · 구루미야 와타루가, 그저, 이 무대의 「대역」을 위해서.
[여, 연극을 재현한단게 그렇게 간단하게 될 리가 없잖습니까…!]
[가능하다. 내게는. 고오리야마 군지의 연출을 똑같이 재현하는 것 정도 어렵지 않아.]
(그렇겠지. 하이바라, 너라면 할 수 있다.)
히비키는 알고 있다. 이 남자라면 가능하다. 무대를 몇 번 본 것 만으로도 그 전모를 카피하는 것 정도는 식은죽 먹기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겠지. 대본, 조명장치의 배치도, Q시트(* 공연, 방송 등에서 순서 배열을 적어놓은 것)까지 필요한 자료를 흘린 내통자가 있음이 틀림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제작측 전부와 한통속이었나? 대역도 힘이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이바라에게 시사당해, 물밑에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그렇다고 해도 하이바라에게 무슨 메리트가 있지.)
고오리야마 군지에게 손을 뻗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런 친절한 남자가 아니다. 연출을 정면에서 부정했었다. 아무리 케이가 출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무대를 위해서 저 자존심 높은 하이바라가 일부러 와타루를 써서까지 도우려 할리가.
당사자인 케이는,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뻣뻣하게 서 있었다.
저 와타루와의 갑작스런 공연이다. 그것도 본 공연의 무대에서다.
[대체 무슨 목적이지.]
히비키는 견디다 못해 앞으로 나섰다.
[주연이 하차하는 것도 전부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건가!]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는거지, 크라우데스.]
하이바라는 여전히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싸늘하게 물어왔다.
[소설은 어쨌지. 넌 케이와는 만날 수 없을 텐데.]
[지금 그런 일은 어찌되든 좋아. 어디까지 알고 있어서, 이번일을 꾸민거지.]
[듣기 안좋은 얘긴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일을 꾸민 적 따위 없다. 오쓰사카 유타가 설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이 무대의 위기는 보였었다. 대역으로는 3일도 견디지 못할 거란 것도. 그래서 이 무대를 구하기 위해서 와타루를 대역으로 정한거다. 물론 대역이 최후까지 연기해 낸다면, 와타루가 나설 일도 없었겠지.]
이 말에는 베테랑 배우들도 눈을 크게 떴다.
[나설 일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저' 구루미야 와타루에게 그렇게까지 시켰단 겁니까!]
[물론. 애시당초 《대역(언더 테이커)》라는 건 그런 것 아닙니까?]
너무도 당연한 듯 말하는 하이바라에게, 산전수전 다 겪은 배우들조차도 말을 잃고 만다.
(거짓말이다.)
라고 히비키만은 강한 시선으로 되받아쳤다.
(넌 전부 다 꿰뚫어보고 있었다. 케이가 공연자 죽이기로 오쓰사카를 무너뜨려 버릴 것도. 그 무대에 구루미야의 출연이 올 것도 확신하고 있었다!)
[가즈라가와. 오늘 밤 네 상대역은 이 구루미야 와타루다.]
케이의 동요가 심해지는 것은 누가 봐도 확연했다.
[갑자기 이렇게 됐지만, 잘 부탁해. 가즈라가와 군.]
와타루는 멍하니 서 있는 케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은 기분나쁠 정도로 빛나고 있다.
---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결코 봐주지 않도록 해.
와타루의 말의 진의를, 케이는 지금 겨우 깨달았다. 설령 공연자가 엉망이 되어버려도 연기를 늦추지 마. 이 순간을 위해서.
(그래, 가즈라가와 군. 나에게는 【공연자 죽이기의 마물】과 싸우는 게 아니면 의미가 없어.)
충격을 받은 출연자들에게, 프로듀서의 정식 발표가 있었다. 오늘 <밤 공연>의 상연은, 미노우라 역의 대역으로 구루미야 와타루 군이 출연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게 되겠지만, 어쩔수 없는 긴급사태이므로, 부디 이 대로 끝까지 진행해 주길 바란다.
거짓말 하지 마, 라고 히비키는 속으로 외쳤다. 사전 준비는 이미 다 끝나 있을 터였다. 하이바라와 제작측의 사이에 어떤 물밑작업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갑자기 나선 부외자의 「대역」따위에 GO사인이 떨어질리가 없다.
(자칫 했다간 제작측의 배신행위다. 저 고오리야마 군지가 입다물고 있을 리가 없을거야.)
*
어쩔 셈인거지?
와타루에게 주어진 대기실은 원래 유타가 쓰고 있던 방이었다. 무대에서 대략의 리허설을 끝내고 돌아온 와타루를, 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니토베 아라타였다.
[너 정도의 주역 클래스의 배우가 대역을 자처하다니, 대단하군.]
[……. 이 컴패니에는 ---- 아니, 오쓰자카 군과 가즈라가와 군에게는, 빚이 있으니까요.]
[친구놈이 저지른 일에 대한 속죄 정도로, 도와주러 왔다 라는 건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며, 와타루는 거울 너머로 아라타를 보았다.
[그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그게 아냐.]
케이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것.
역시 그것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아. 조금이라도 찬스가 있다면, 놓치고 싶지 않았어. 절대로.]
제대로 된 연습기간은 일주일도 없었을 터였다. 잘못했다간 벼락치기로 익힌 연기가 들통나 버려, 오히려 와타루의 평판을 떨어뜨릴 위험성도 있었다. 아무리 천재 와타루라고 해도, 단지 수일의 연습으로 본공연에 설수 있을 정도로 상업연극은 녹록치 않다. 그것이 주역이라면 더더욱이라는 것을, 와타루는 사무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의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엄격한 조건 하에서 완성해 내는 일에는 엄청난 기력이 필요했겠지. 그것도 다와라모토가 무사히 마지막까지 출연 가능했더라면, 전부 물거품이 될 터였다. 전부를 걸었다. 도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도전했다는 점에서, 와타루의 집념을 느낀다.
(그렇게까지 해서, 가즈라가와와의 무대에 서고 싶은건가.)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가즈라가와에게 위협을 느끼고 있는 건가?)
개연까지 두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케이의 대기실에는 히비키가 있었다. 케이는 그 때부터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기실에도 히비키 이외의 사람을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다.
화장대 앞에 앉은 케이는, 새파랗게 질려 작게 떨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동요를 숨기지 않는다.
[…일단 등의 화상을 치료하자. 아직 아픈건가?]
셔츠를 벗기기 위해 히비키가 닿으려 하자, 깜짝 하고 놀라며 몸을 떤다. 외부에서의 자극에 심하게 민감해 져 있다. 케이의 신경은 바짝 곤두 서 있었다.
[……. 셔츠 벗어봐.]
히비키가 도와 옷을 벗겨 내자, 등의 화상이 없어져 있다. 히비키는 눈을 크게 떴다. 그렇게 붉게 남아 있던 화상이, 지금은 희미한 붉은 기 만을 남긴 채였다.
[케이. 화상이 사라져 있어.]
[에?]
[이상하군. 확실히 부어 있었는데. 그건 어쩌다 생긴거지? 뭐에 데인거야?]
하이바라 씨에게, 라고 작은 목소리고 케이가 발했다. 불에 달군 로자리오로 눌렀었다. 하지만 약간 자국이 남을 정도의 가벼운 것일 터였다. 그 때는. …히비키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봤을 때는 확실히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케이도 아픔을 호소했었고.)
[마치 스티그마(*stigma : 낙인, 성흔) 같군.]
[…스티…그마…?]
[아아. 기독교 신자의 몸에,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던 때와 같은 상처가 저절로 생겨나는 현상이다. 어떤 메카니즘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있다는 것 같아. 인간은 강한 암시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어떤 책에서.]
케이의 경우는 굳이 말하자면, 흥분하면 떠오르는 문신에 가깝지만, 어찌됐든 조금 상식의 궤도를 벗어나 있다.
(이런 걸 케이의 몸에 남기다니…ㅡ 하이바라 유게쓰. 소유의 낙인인 셈인건가.)
[하이바라는 네겐 한마디도 하지 않은건가, 구루미야 건.]
같은 지붕 아래에서 연습이 행해졌다지만, 케이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와타루의 왕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외딴섬의 악마』를 하고 있을 줄이야…. 따돌려 지고 있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지만, 언제까지고 망연히 있을수만은 없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다.
[괜찮아. 난 연습도 포함해서 2개월 가까이 모로토를 연기해 왔어. 괜찮아. 난 나의 모로토를 연기하면 되는거야. 상대가 구루미야 군이라고 해도.]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속삭인다. 와타루에게의 뿌리깊은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자신에게 암시를 걸지 않으면 안되었다. 케이는 천장을 올려다 보며 크게 숨을 들이쉬고,
[…확실히 챙겨 먹어야지. 도시락 배달된 거 갖고 올게. 보고 갈거지? 렌죠.]
[응, 아아….]
마지막에는 미소지어 보인 케이는 「그럼 이따가」라고 하고는 일단 대기실을 나갔다. 개연시간은 지체없이 사정없이 임박해 온다. 케이는 겨우 각오를 굳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대결, 상처없이 끝날 리가 없다.)
준비를 시작한 케이를 놓고 복도로 나온 히비키를, 하이바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밖으로 나와라, 라고 말하듯 턱짓 하는 하이바라를, 히비키는 조용히 노려보았다.
가번역 없이 슥슥슥.
처음 10권 읽을 때 전율했던 뒷부분입니다. 와타루와 케이의 정면대결.........&&
결과를 알고 있으니 참...../ㅊ
일이 있으니 그거 끝내고 바로 뒷부분으로 들어갑니다.
BGM으로는 키쇼 상과 나오 상이 수고.
기분이 엄청나게 추락해 있는 상황이라서 발랄한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작업이 안되네요.
그래도 힘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