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막판입니다. BGM용 음악도 구했겠다, 분량도 아까의 절반밖에 안되겠다...
얼릉 해치우고 5막 가겠습니다.
제 4막 Double CORE Tempest (5)
자신의 능력을 전범위(Full-range)로 사용하지 않으면, 이 상대에게는 맞설 수 없다.
개연으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은 사이에, 다른 배우들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와타루라고 하는 이물질의 투입은, 마지막 날(楽日)을 하루 앞두고 거의 완성되어 가던 『외딴섬의 악마』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그리고 관객도 눈치채기 시작했다
(고오리야마 군지의 연출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물론 음향도 조명도 어느것 하나도 변경된 것은 없었다. 배우의 움직임도 대략적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명확히 무엇이라고 짚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냄새가 다르다. 인상이 다르다. 쓰고 있는 음악도 조명도 같을 터인데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보이는 건 어찌 된 영문이지.)
같은 연출가이기도 한 오쿠다의 눈에도 그것이 기괴하기만 했다. 변한 것은 주연배우 뿐이다. 그런데 연극 전체가 변한것 처럼 보이는 것은 어째서인가. 연극이 나아감에 따라 점점 다른 색으로 덧씌워져 변해간다.
(설마…, 구루미야인건가. 구루미야의 연기 하나로 배우 전체의 연기가 덧씌워 지고 있는건가!)
추측대로였다. 와타루의 연기다. 주인공 미노우라는, 거의 무대에 쭉 나와 있는(出突っ張り) 힘든 역인 반면, 여러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얽히게 된다. 그런 와타루의 움직임에 의해, 상대역들은 모르는 사이에 지금까지와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연극을 하게 되어 가는 것이다. 와타루가 던져오는 연기를 받아, 다른 배우들도 형태를 바꿔가며, 변질한 자들이 부딪치는 것으로, 연극 전체에 더한 변용(變容)을 일으켜 간다.
(그것뿐만이 아냐. 구루미야의 연기에는 뭔가 있다.)
무대상에서는 와타루가 홀로 남겨져 있었다. 저 모로토가 갑자기 일으킨 약혼소동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사이, 하쓰요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 스스로의 반신이라고까지 생각할 정도로 사랑했던 하쓰요를, 갑작스레 빼앗긴 미노우라가 비탄에 차, 화장터의 철판 위에서 빼앗듯 가져온 하쓰요의 재를, 들판에서 먹으려 하는 장면.
와타루의 연기는 유타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고오리야마 연출이 그저 「광기」로 해석한 장면을, 와타루는 오로지 깊은 비탄의 연기로 변화시켰다.
["난 쭉 너와 함께야. 죽을때까지 하나야, 하쓰요."]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무대의 중앙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며 연인의 재를 털어넣는 와타루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되기위해 마녀의 약을 마시는 인어처럼 우아하고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전은 각별하게 생각지 못했다. 와타루의 연기에는 깊은 인간성이 느껴졌다.
(「하이바라 유게쓰」다…!)
히비키는 알아 채 버렸다. 이것은 「하이바라 유게쓰」의 센스이다. 그 이외의 무엇도 아니다. 히비키는 알 수 있었다. 이런 섬세한 비탄의 연기에, 그저 아름다움과 기도와 같은 엄숙함을 추구하는 것은, 하이바라 연출의 독특한 감성이다.
개연전의 하이바라의 말을, 이제야 겨우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흘려 넣은 것은 한방울의 극약이다. 단지 그것 만으로 이 무대는 화학변화를 일으킨다.
(이걸 말한건가….)
무서울 정도의 책략을 눈치챈 심경으로, 히비키는 무심코 하이바라의 옆모습을 보았다.
(구루미야 와타루의 연기에는 「하이바라 유게쓰」라고 하는 극약이 들어가 있다. 설마 하이바라의 진짜 목적은?!)
시선을 눈치채고 문득 옆자리의 하이바라가 이쪽을 보았다. 그리고 대담한 미소를 희미하게 입가에 띄우는 것이다. 히비키는 오싹하고 등뒤가 서늘해졌다.
(물들일 생각인가. 이 무대를.)
(너의 색으로.)
대기실에서 숨을 죽이고 케이도 지켜보고 있다. 재를 털어넣는 와타루는 바로 옆에서 보면, 신에게 기도하고 있는 것 같다. 예배당의 성녀같은 깨끗함에 마음 깊이부터 넋을 잃고 만다.
고오리야마가 언젠가 자신을 향해 「하이바라의 냄새가 난다」고 말한 것을 생각해 내고, 케이는 그것이 반드시 틀린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냐고 한다면 와타루의 해석쪽이 케이에게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광기 속에 숨어있는 그 아름다움은 피부에 익숙하다. 고오리야마가 싫어했던 것은, 이 감각인건가.
(그렇게까지 그녀를 사랑하고 있던건가…「미노우라」.)
시샘이 난다.
또 기분이 범람하기 시작한다. 그런 폭탄을 끌어안은 채, 출연 순서가 다가온다.
["하지만 난 견딜 수 없었다. 네가 누군가의 것이 된다는 것이……너와 그 사람에게의 질투를 견딜 수 없었다."]
["난 당신을 죽여버리고 싶어! 진실을 말해주세요! 당신이 하쓰요를 죽인겁니까!"]
견디지 못하고 케이는 와타루를 있는 힘껏 끌어당긴다.
["아아, 연인을 잃은 이의 슬픔이 이런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어. 하지만 미노우라 군, 그건 엄청난 착각입니다. 내가 한 게 아니예요."]
["그럼 어째서 그런 기분 나쁜 할아버지가 이 집에 들락거렸던 겁니까!"]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갖은 혐의의 이유를 이야기하는 와타루가 애처롭다. 힘이 빠져 주저앉을 뻔한 그를 지탱하며, 케이는 같이 의자에 앉았다. 와타루의 허리에 손을 둘러 진정시키면서, 끌어안듯 하며 「모로토」는 긴 변명을 시작한다.
(뜨거운 몸이다….가즈라가와 군.)
케이의 심장 고동마저 들려올 듯 하다. 지금까지의 수상한 거동들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해 가는 「모로토」의 믿음직스러움을, 와타루는 케이의 팔 안에서 느끼고 있었다. 연극에서 대리를 맡았던 배우에게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친밀감이다.
(대단해, 그는 역시 지금까지의 어떤 배우와도 달라. 방심하면 가면이 벗겨져 버린다. 대체 어디까지 내 마음에 들어올 셈이지.)
폭력적일 정도로 연기하는 상대의 마음을 뒤흔든다. 너무나도 방약무인하기에 증오마저 느낄 정도인데도, 반면 너무도 믿음직스럽다. 와타루의 눈은 언제부터인가 흥분으로 형형히 빛나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어요. 당신이 그런 탐정 흉내를 내다니."]
["난 이래뵈도 꽤 이름있는 명탐정일지도 모릅니다. 법의학도 대충 배웠고, 그래, 미야마기 씨의 일만해도 ---."]
(대단해…. 역시 그는 지금까지의 누구와도 달라.)
저 아라타와도 다르다. 케이는 와타루의 비범함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었다. 엄청난 탄력이다. 심중에 뛰어들어온다. 그리고 그대로 속을 찢기고 내장이 끄집어 내어 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때때로 정체를 밝히려 손을 뻗어 가면을 벗겨보려 한다. 그 손을 탁, 하고 붙잡아 서로 파헤치려 든다. 두사람의 심상공간에서는 그런 숨막히는 공방이 반복되고 있었다.
하쓰요 살인의 수수께끼를 푸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도중에도,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두뇌명석한 「모로토」의 추리력에 의해, 그 존재감은 싫어도 증폭되어 간다. 용의가 걸린 소년곡예사 · 토모노스케에의 유도심문의 장면쯤 되면, 그곳은 이미 케이의 독무대가 되었다.
손발이 호리호리하게 긴 반바지의 소년을 무릎에 앉히고, 달콤한 말과 초콜렛으로 교묘하게 유도해 가는 케이의 모습은, 어딘가 금단에 가까운 요염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게 되자 이번엔, 옆에서 보고 있는 와타루가 불안해 졌다. 이 불안은 아무래도 초조함이다. 관객의 시선에서 순식간에 따돌려지는 두려움이다.
(그런가…. 「공연자 죽이기」의 메카니즘을 아무래도 알 것 같아.)
이 무대 위에서의 강렬한 소외감이다. 관객이 케이를 보는 눈이 너무도 뜨겁다. 주역은 이것을 한 번 느끼기 시작하면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 가는 것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되지 않아!)
["엎드려, 미노우라 군! 총이다!"]
케이의 외침과 동시에 와타루는 엎드렸다. 토모노스케가 입막음으로써 살해당한다. 순식간에 케이가 몸을 던져 와타루를 감싸자, 와타루의 손이 무척 강하게 케이의 양 팔을 잡았다. 놀라 돌아본 케이는, 불안에 흔들리는 「미노우라」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아…!]
갑자기 급소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와타루의 다른 한 손이, 케이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있다. 옆구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 케이는 몸을 굳혔다. 박혀드는 다섯 손가락에서 「애무」의 의도를 느낀 것은, 마음이 「모로토」이기 때문인가.
[…미노…우라…?]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와타루는 고의였다. 「모로토」의 감정연기를 더욱 주박하기 위한 무의식중의 계산이었다. 와타루의 눈이 신비롭게 휘며, 입술이 가까워 진다. 저도 모르게 끌려든 케이가 턱을 기울인 찰나, 팍, 하고 와타루의 얼굴이 돌아가 창 쪽을 보았다. 허를 찔린 케이는 갈 곳이 없어져 굳어버렸다. 그 일순의 술수는, 객석에서는 알 수 없었지만, 케이에게는 충분한 대미지였다.
(상대역을 향한 공세도 연기의 일종이야, 가즈라가와 군.)
와타루는 단순한 「천재 배우」가 아니다. 방법을 알고 있다. 부채질 할 만큼 부채질 해 두고, 하지만 결코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는다. 케이는 자신의 가슴을 쥐었다. 이 답답함은 뭐지.
(「미노우라」에게 희롱당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마음이 폭주한다.)
[시작했군….]
옆자리의 하이바라가 문득 중얼거린 것을, 히비키는 놓치지 않았다.
[뭐라고. 대체 뭐가.]
[<공연자 죽이기>가 되돌려 진다.]
무대를 바라보면서, 하이바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자신에게로 튕겨져 돌아오는 <공연자 죽이기>에 가즈라가와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자, 슬슬 시작이다. 크라우데스. 볼만한 장면이 시작될거다.]
단어좀... 단어좀.. 제발 단어좀.
니마 단어 공부좀 하자.
어쨌거나 이걸로 4막 끗.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