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번호 매기는 것도 헷갈리네요. 4번째 맞나.
학교에서 가번역 작업 해야지 싶었는데 13권 읽느라 못했습니다.
좀 나아졌다 싶었는데 기분 또 엉망 진창이 되어서 이거저거 다 필요 없이 그냥 작업이나 파야겠다고 생각중.
이번 파트는 유난히 호흡이 긴데 잘 해 갈 수 있을까.
제 4막 Double CORE Tempest (4)
객석은 만석(滿席)이었다. 입석으로 3층석의 벽까지 꽉 차있다. 정원을 넘어선 객석은 이미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라타와 오쿠다도 개연을 기다릴 뿐이다. 사쿠라의 일행도 벽측에서 지켜본다.
대기실에서 나온 케이를 스탭과 공연자들이 맞았다.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나누면서 기합을 높여간다. 「난장이」역의 이와후네 모리오가 「지지 말라구」라며 케이를 배웅했다. 무대 대기실에 들어가자 갑자기 발밑이 어두워진다. 철망으로 구분된 와이어 파이프( * 綱元 : 바텐을 거는 와이어를 고정시켜 두는 장치)가 지금부터 출항하는 배를 연상시킨다. 케이는 위쪽(上手側)의 무대 대기실에 섰다. 동굴같은 깜깜하고 높은 천장, 폭이 넓은 무대 대기실에는 전환에 필요한 대도구가 배우와 마찬가지로 스탠바이(준비)하고 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셋트의 목재나 도료가 낳는 무대만의 독특한 내음이 긴장감을 높인다.
아래쪽의 대기실에 와타루가 있는 것이 보였다.
(구루미야 군.)
무대공간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서로 노려보았다.
(가즈라가와 케이.)
객석에는 히비키가 있다. 그 옆에는 하이바라 유게쓰가 있다. 설마 자신이 저 하이바라 유게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케이와 와타루의 직접대결을 이 눈으로 보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사랑하고 시기하고 증오해왔던 천상의 존재가, 지금 확실한 체온을 가진 살아있는 인간으로 옆에 있다.
(여기까지 왔다. 우리들은 여기까지 와 버렸어.)
(모든것을 이끈 것은, 케이. 너다.)
하이바라의 옆모습은 가동의 순간을 지켜보는 연구자의 모습이었다. 지켜보고 있자니, 바그너의 악곡이 어디선지 모르게 뇌리에 떠오른다.
가속기를 처음으로 가동했던 때, 연구소에 흘렀다고 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움직이기 시작한다.)
객석의 기대와 긴장감의 고조를, 무대감독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읽어내 헤드셋(*インカム : inter communication의 약어)으로 큐 사인을 내린다. 음향과 조명이 그에 응해, 객석의 조명이 꺼져 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불가사의한 느낌의 바이올린 곡. 어두워 져 가는 것을 눈으로 가늠하며, 와타루가 무대로 걸어나온다.
시작은 배우가 이미 등장한 채(板付き)이다. 깜깜한 무대의 한가운데에, 썰렁한 역의 대합실같은 노란 핀 스폿(Pin spot)이 쏟아진다. 거기에 목제의 낡은 의자가 하나. 고개를 숙인 백발의 청년이 앉아있다.
미노우라 긴노스케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것을 프론트 라이트가 비춘다. 무대 대기실의 케이는 그것을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다. 케이 뿐만이 아니다. 히비키도, 아라타도, 오쿠다도, 지켜보는 사람 전부가.
하이바라의 시선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처럼 또렷하다.
고개를 든 무대위의 와타루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다. 그 옆모습을 본 순간, 케이의 전신이 파르르, 하고 소름이 돋았다.
["…어서오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미노우라 긴노스케라고 합니다. 보시는 대로,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이 나이에 머리카락은 백발. 이 사실을 여러분도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죠. 제 처의 몸에도 또한, 다른 이에게는 이상하게만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른쪽 허벅지 바깥쪽에 크게 후벼 파내진 상처가 있는 것입니다. 큰 수술의 흔적같은 붉은 자욱……. 부인분의 상처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라고 친한 사람은 제게 슬쩍 물어옵니다. 거기에는 두려운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백발도 아내의 깊은 상처의 연유도, 오늘 여기에서 남김없이 이야기하도록 하죠."]
케이는 잠시간 숨쉬는 것 조차 잊은 채, 종국은 자신의 양 팔을 끌어안듯 해, 솟아오르는 떨림을 참아내기 시작했다.
(달라…전혀, 달라….)
이건 자신이 알고 있는 「미노우라」가 아니다. 미지의 「미노우라」다. 와타루는 시작부의 일련의 대사만으로 이 이야기의 색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은 이 무대에 관련된 사람들이 불과 몇시간 전까지 익숙해 져 있던 색이 아니다. 그 뉘앙스는, 페인트 화의 간판과 수채화의 그림 같은 차이가 있었다.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무대.)
괴이하게 고조된 고오리야마의 극세계에 뭔가 다른 물질이 끼어들었다, 라고 케이는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지금까지의 본 공연의 경험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 뒤로는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
무대 대기실에서 보는 와타루는, 역시 화려했다. 화려한 맛은 유타에게도 있었지만, 와타루 쪽이 강하게 시선을 잡아 끄는 인력이 한 수 위로 보였다. 용모만 해도, 화사하고 선이 가는 유타와 비슷한 점이 있었지만,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은 차원이 달랐다. 무대라는 것은 잔혹한 장소여서, 오라(aura)라던가 화려함이라고 불리는 극히 감각적인 것이 누구의 눈을 통해서도 여실히 보이고 만다.
(주역의 중심감(重心感)이 전혀 달라.)
객석의 히비키에게도 그것이 보였다. 유타가 주역을 하고 있을 때에는 미숙함도 나름대로의 매력이었지만, 와타루를 보자, 이 무대에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어 버린다.
(이 무대, 그에게 이어져서야 확실히 주역이 이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본론에 접어든다. 미노우라는 운명의 연인 · 하쓰요와 만나고, 서로에게 연모를 품는다. 순수한 사랑을 키워가는 미노우라를 연기하는 와타루의 앳되고 소심한 청년 연기는 그가 그 『신쥬로』를 연기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굳이 말하자면, 열네살의 호즈라에게서 굴절은 쏙 빼고, 순수하게 키운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선이었다. 하쓰요 역의 쿠시다 미사키(串田美咲)도 처음에는 긴장하고 있던 모양이었지만, 점차 긴장이 풀어져 가는 것이 옆에서도 확실히 보였다. 호흡도 맞아 와타루와의 연극이 처음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와타루는 불안해 하는 상대의 댄스 파트너 같은 자질도 갖추고 있었다.
그 하쓰요에게 갑자기 찾아든 약혼 이야기로, 이야기는 급전개된다. 어머니가 강경하게 진행시킨 약혼의 이야기에 격하게 저항하는 하쓰요는, 종국에는 연인 · 미노우라에게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모로토 미치오……. 거짓말이지? 네게 약혼을 청한 남자의 이름이, 모로토 미치오?!".」
나올 때가 가깝다. 대기실에 선 케이의 긴장은 절정에 다다라 있었다.
(이제 곧.)
심장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쿵쾅거리며 뛴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이제 곧 저 곳으로 나간다.)
와타루가 기다리고 있다. 하이바라 유게쓰의 적자라고도 불리는 구루미야 와타루. 천재가 낳은 천재.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하이바라의 사상이 스며들어 있는 순혈의 적자.
그 순간을 향해 몸속의 신경이 감도를 높여간다. 긴장감이 부스터가 되어, 자신의 몸에 있는 모든 기능이 상승곡선을 그리며 고조되어 간다. 조정하듯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케이는, 지금부터 나갈 무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등장의 계기가 되는 하쓰요의 대사가 나온다.
["알고 있어?"]
무대는 와타루에게의 스포트 라이트만을 남기고 팟, 하고 암전한다. 불의에 지금까지의 연기의 흐름에서 벗어난 와타루는, 해설자(狂言回し)의 얼굴로 돌아와 객석을 향해 섰다.
["저의 이 때의 경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모로토 미치오. 그와의 사이에서 키워온 신뢰와 이상한 연정의 일을 얘기해야만 합니다."]
진지한 표정의 와타루였지만, 혀 끝에 올린 그 한마디만은 마치 유혹하는 말 처럼 도발적인 음색을 띠고 있었다. 무대에 불려 온 것은 한마리의 마물이다. 와타루는 등뒤로 느끼고 있었다. 셋트의 계단 위에서 강하게 서늘한 기척이 나타나는 것을.
(왔다.)
돌아보지 않아도 와타루는 알았다. 강한 존재감을 가진 자가 뒷쪽 계단 위에 있다.
드디어 마물이 나타났다.
오싹하게 목덜미로 한기가 스며 올라온다. 이 무슨 두려운 기척의 소유자인가, 가즈라가와 케이. 이런 건 처음이었다. 전율을 넘어선 황홀함마저 느낄 정도의 기분나쁨이었다.
["모로토 미치오."]
밀어를 속삭이는 기분으로, 와타루는 케이의 이름을 불렀다.
["우수한 외과학자(外科學者)로서 이상할 정도의 열정을 그 몸에 품은, 연상의 아름다운 친구-."]
깊은 어둠이 슥, 하고 안개가 걷히듯 걷혀가며, 어슴푸레한 조명이 케이의 모습을 드러냈다.
객석의 히비키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저 두 사람의 모습이 같은 무대에 있다.
(구루미야 와타루와 가즈라가와 케이……!)
오싹, 하고 소름이 돋았다. 아라타도 오쿠다도 사쿠라도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전신의 모공이 열리는 듯한 고양감이었다. 무대 위에는 두개의 발광체(發光體)가 있다. 케이와 와타루, 하나의 시야에 둘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 찾아드는, 이 맹렬한 오싹함은 무엇일까……!
["미노우라 군!"]
팟, 하고 무대가 밝아졌다. 부르는 것과 동시에 케이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계단을 뛰어 내려온다. 미치오 씨! 라고 와타루도 케이를 뒤돌아 보았다. 순식간에 무대에 약동감이 돌아왔다.
["시험은 어땠어?! 오늘 시험의 결과는"]
["전부 괜찮았어요. 이것도 전부, 미치오 씨가 열심히 가르쳐 주신 덕분이에요."]
["그래, 다행이야. 네 시험이 걱정되어서, 사실은 어젯밤도 잘 못 잤어."]
(이건…!)
첫 대사를 마주친 순간, 두사람의 뇌리로 완전히 같은 스파크가 튀었다. 이런 감각은 물론 지금까지 없었다. 서로에게 던진 대사가 무거운 반응을 동반하고 돌아왔다.
(이것이 구루미야 와타루…!)
(이것이 가즈라가와 케이…!)
하쓰요 역은 암전에 섞여들어 무대 대기실로 퇴장, 무대의 시간은 미노우라의 학생 시대로 돌아가 있다. 17세의 미노우라와 23세의 대학생 모로토, 같은 하숙집에 사는 사람으로 알게 된 두사람이다. 무대 위는 두사람의 오귀스트 후보의 독무대가 되었다.
객석의 히비키는 순간, 감전된 것 같은 충격에 휩싸여, 생각지도 못한 채 의자에서 몸을 들 뻔했다. 지금 것이 최초의 격돌의 순간인가. 케이라고 하는 전자와 와타루라고 하는 양전자가 부딪혀 태어난 고 에너지는, 보이지 않는 파문이 되어 폭발적으로 객석을 덮쳤다.
(뭐지, 이건.)
부딪힌 소립자가 아직 누구도 발견한 적이 없는 입자를 낳고, 극장 안에 퍼져나간다. 대체 뭐지, 이건. 그들에게서 발산되는 것이 미지의 감각을 뒤흔든다. 그랬다, 미지의 감각이다.
(어제까지와 완전히 똑같은 연기인데!)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는 곳인데도, 마치 클라이막스 같은 흡인력이다. 이래서야 진짜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엔 어떻게 되어 있는 것일까.
[…대…단해….]
입석의 아라타도 두사람의 얽힘에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상상 이상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마치 중국무술의 최강자 사이의 연무를 보는 것 같다. 보여지는 기술은 미리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다. 절묘하게 연기를 섞는 두 사람은, 마치 유전자의 이중나선 같아, 아라타의 연기자 혼을 뒤흔들었다.
(이 녀석들 생물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이 무대 위에 누구도 창조한 적이 없는 생물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관객들 속에서 단 한 명, 하이바라만이 냉정하다. 그 모습은,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지켜보는 과학자 같으면서도, 자신의 창조물의 진화를 지켜보는 신과도 같았다.
드디어 무대 위에서는 서서히 모로토의 미노우라에게 향하는 마음이 선명해 진다. 그리고 그 장면이다. 유타가 「모로토」에게 두근거렸던 결정적인 문제의 장면. 잔뜩 취해 하숙집의 방에 돌아온 두사람에게 일어나는 하나의 「사건」.
어깨동무를 하고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발이 엉킨 것 처럼 와타루만이 이불 위로 쓰러져 버리고 만다. 단 한번도 맞춰본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의 호흡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연기」를 느끼게 하지 않았다. 위를 올려다 보며 쓰러진 와타루를, 문득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케이가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본다. 무대가 정적에 휩싸여, 그 자세 그대로 서로 마주본다.
연극이 시작하고 나서부터, 빤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무방비한 채로 누워있는 와타루의 눈동자는 아이처럼 무구했지만, 동공 안쪽으로는 어딘가 도발적인 빛이 깃들어 있다. 케이는 꿀꺽, 하고 침을 삼켰다.
(아름답다….)
와타루의 미모는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 자세로 새삼 시야에 들어오자, 말로 할 수 없는 색향(色香)을 느끼고 만다. 흐트러진 셔츠 사이로 겻보이는 흰 피부, 긴 속눈썹도 요염하고, 색소가 옅은 홍채가 조명에 투명하게 젖어 빛나고 있다. 어렴풋이, 붉은 입술은 반쯤 벌려져 있어 보는 이를 유혹한다.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 진 인형같다. 그런 무방비한 와타루를, 마치 지배하듯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자, 점점 가학적인 기분이 든다. 와타루의 자태에는 케이의 저속한 마음(劣情)까지도 충분히 부채질하고도 남을 정도의 무언가가 있었다.
["넌 아름다워."]
그 대사가 굳이 내뱉을 것도 없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그저 아름다운 정도라면 유타나 다와라모토도 뒤처지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와타루에게 감도는 색향은 케이가 「대사로써」그 말을 입에 담기도 전에, 마치 육체의 생명활동 그 자체인 양 자연스럽게, 그 한마디를 나오게 한다.
와타루가 발하는 미향에 홀린 듯, 케이는 무릎을 굽혔다. 그에게 닿고 싶다고 생각했다. 케이는 도와주려는 듯 와타루의 손을 잡았다.
["뜨거운 손이네."]
그 직후다. 와타루의 눈동자에 돌연, 공포의 빛이 감돌았다고 생각한 순간, 케이는 밀쳐지고 있었다. 와타루는 방의 한 쪽으로 피해, 두려운 듯 이 쪽을 본다. 갑작스레 거부당한 케이는 잠시 머릿속이 백지가 되어 버렸다.
[…아….]
상처입었다, 라고 생각했다.
케이는 연기라는 준비도 없이 무방비하게 상처입어버린 자신을 느꼈다. 이 순간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 자신의 정체가 들켜, 두려워 하고 있다는 쇼크가 너무나 커서, 휘청이며 책상 쪽으로 물러간 케이는 미끄러지듯 다다미 위에 주저 앉았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자신이 느껴버린 사실이 부끄럽고 비참해서, 너무도 슬퍼서 결국은 책상 위에 엎드려 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케이의 연기에는 없던 「간격」이다.
견딜 수 없는 기분이 가슴 한가득 퍼져나가, 다음에 흘러나온 케이의 목소리는 슬픔으로 떨리고 있었다.
["날 경멸하지 말아줘. 넌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인종이 다른 모양이야. 모든 의미에서 다른 인종인 거야."]
와타루가 저도 모르게 연기를 잊고 돌아볼 정도의 아픔이었다. 고개를 든 케이의 뺨이 눈물로 흠뻑 젖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찔려왔다.
(가즈라가와 군….)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라고 케이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생각했다. 거절당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멈출수 없는, 이 참을 수 없는 기분을, 어떻게 너에게 전해야 알아줄까. 눈물이 흐르는 채로 놔둔 케이는 매달리듯 「미노우라」를 바라보았다.
["…알아주기만 한다면 그걸로 좋아. 그러니, 부디 내게서 도망가지는 말아줘. 이야기 상대가 되어 줘. 그리고, 내 우정만이라도 받아 들여 줘."]
이 마음이 너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너를 계속 사랑할 자유만이라도 허락해 주길. 눈물을 흘리며 그것만을 바라는 것이 최선인 「모로토」를, 와타루는 동요하며 바라보고 말았다.
(이건 대체 뭐지. 이것도 「연기」인건가? 바보같은. 우리가 연기라고 부르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라. 내 눈 앞에는 이미 네 모습이 「가즈라가와 케이」로는 보이지 않아!)
케이를 비추는 조명이 천천히 꺼져 간다. 어둠속에 삼켜져 가는 케이의 뒷모습에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을 뻔했다가, 그것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와타루는 그를 구할 수 없는 무력감에 참을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어때서 이렇게 가슴이 조여오는 걸까. 연습 때엔 「모로토」에 대해서, 이런 미안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예상도 하지 못한 감정이 점점 솟아 온다.)
위쪽의 대기실에 물러난 케이는, 참지 못하고 와이어 파이프의 철망에 매달려 마음을 한순간에 토해내듯 오열했다. 마음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범람해, 소리를 죽여 우는 것이 겨우였다.
(어쩌지. 기분이 가라앉질 않아. 이대로라면 컨트롤 할 수 없게 되어 버려.)
이렇게까지 마음이 뒤흔들린 적은 없었다. 아무리 역에 몰입해도, 연기에 몰입하는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또 하나의 자신이 반드시 있었다. 그랬기에, 다음 출연때엔 마음을 바꾸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끌려가고 만다. 「시간의 경과」에 마음이 쫓아가지 못하게 되어 버려.)
케이는 철망에 매달린 채로 어깨너머로, 아직 무대 위에 남아 있는 와타루를 보았다.
--- 그는 거울이다.
교토에서 돌아온 히비키가 그날 밤 케이에게 말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와타루의 연기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내는 거울이라고. 설령 일부러 데포르메(deformer : 과장, 변형)를 넣어 연기한다 하더라도, 그는 거기서 그려지는 진실을 잡아서 비추어 낸다. 하이바라에게 기울여진 애증이나 열등감마저도 보여져, 히비키를 두렵게 했었다.
(거울은 빛을 반사한다.)
지금 케이가 느끼고 있는 공포는 히비키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해도, 거울이라고 부른다면 납득 가능한 것이었다. 어쩌면, 공연자 죽이기의 제물이 된 배우들도, 지금의 케이와 같은 경험을 했음에 틀림없었다.
와타루는 마물의 「공연자 죽이기」의 힘을 그대로 케이에게 돌려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온한 예감을 안고, 케이는 대기실 너머에 펼쳐진 극공간을 바라보고 있다.
호흡 참 길다.....&&&
근데 왜 글자 색 변형하니 짧아보이지.........../ㅊ
초반부의 연극 용어에 이를 갈았습니다. 밉다 쿠와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