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원래 바빠지면 뭐든 재밌는 법인 것 같고...... ㅇㅇ....
그런 의미에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뻘글이나 끄적거려보기.
가을 하늘이 눈이 시릴 정도로 맑았다. 활을 잡고 있던 손을 잠깐 멈추고 바이올린을 내린 츠키모리는, 연습실 창문을 약간 열었다. 언제 여름의 열기를 품고 있었냐는 듯 서늘해 진 가을 바람이 뺨을 쓸고 지나갔다.
빈으로의 유학 수속은 문제 없이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음악을 계속 할 거라면 한 번은 거쳐야 할 유학이었기에, 망설임도 무엇도 없었다. 아니, 없었을 터였다. 츠키모리는 약하게 눈가를 찌푸렸다. 망설일 것이 없어야 했는데, 왜. 그 때였다. 옆인지 그 옆 연습실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쪽에서 창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이유에서겠지. 한동안 바람이 잎새를 흔드는 소리만이 들리다가, 그 소리마저 잦아들었을 때 피아노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아아, 하고 츠키모리의 입가가 느슨해졌다. 손에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가까이에 있는 피아노 의자에 내려놓은 채, 츠키모리는 창가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녀의 피아노가 좋았다. 가을 하늘 아래에서 한층 더 잘 어울리는 음색이라고, 츠키모리는 새삼 그렇게 생각했다. 온통 파랗기만 한 하늘처럼 청명하고, 그 깊이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음색이었다. 그 음을 가까이에서 듣는 것이 좋았다. 자신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해 내어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 마다, 탄식에 가까운 감탄을 몰래 삼킬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그를 천재라고 하지만, 츠키모리는 그 때마다 속으로 부정하곤 했다.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모차르트를 곁에서 지켜보던 살리에르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츠키모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닫고 바이올린을 케이스에 챙긴 뒤 연습실을 나섰다. 연습실 예약자 목록을 확인해 이름을 찾은 츠키모리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쓰던 연습실의 두 칸 옆 연습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희미하게 들리던 피아노 소리가 멎었다.
"... 어라? 츠키모리 군?"
"연습하는 데 방해였나?"
"아아, 아니. 괜찮아. - 들어올래?"
문을 열며 한 발 뒤로 물러선 그녀 - 아키노의 곁을 지나쳐 연습실로 들어서자, 소리없이 연습실 문이 닫혔다.
"피아노 소리가 들려서."
"응?"
"이 옆의 옆 연습실에 있었으니까. -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있었는데, 네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아. - 미안, 방해였어?"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다, 라는 말은 삼키고 짧게 답하자, '다행이네'하며 그녀가 웃었다. 츠키모리의 시선이 악보에 멎었다. 베토벤.
"오늘 같은 날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곁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키노의 손이 악보를 짚었다가, 미끄러지듯 건반 위로 떨어졌다. 첫 음을 신중하게 짚듯 긴 손가락이 흰 건반을 가만히 눌렀다.
"몇 번째지?"
"방금 전 하다가 멈춘 게 세 번째."
"듣고 싶은데."
쿡, 하고 그녀가 웃었다. 츠키모리가 피아노 곁에서 한 발 물러나자,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가, 첫 음을 다시 한 번 짚고, 흘끔, 츠키모리를 보았다가 시선을 떼며 건반을 짚기 시작했다. 악보는 첫 페이지에 멎은 채 넘어가지 않는다. 간간히 눈을 감았다 뜨며 연주가 이어졌다. '비창'. 전체적으로 가라앉게 흘러가는 음조에서, 평소의 그녀의 연주를 떠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시린 분위기. 닿을 듯, 닿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음색. 츠키모리의 눈가가 아련하게 좁혀졌다. 이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느리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지막 음을 짚은 손이 천천히 건반 위에서 떨어졌다.
"무슨 일 있어?"
".... 음?"
"요 며칠, 연습이 손에 잡히지 않는단 표정이니까."
츠키모리는 대답 대신 케이스를 열어 바이올린을 꺼냈다.
"오랜만에 해 보겠나?"
".... 반주는 츠키모리 군이 하고?"
"어느 정도라면."
"괜찮아, 내가 써도?"
"아아."
이국의 땅을 같이 밟게 될 바이올린에, 조금이라도 더 그녀의 음색을, 체온을 담아놓을 수 있다면. 바이올린과 현을 건네는 츠키모리의 손과, 아키노의 손이 잠깐 닿았다가 떨어졌다.
아키노 카나. 세이소 학원 2학년 음악과. 츠키모리와 같은 A반. 전공은 피아노지만 바이올린도 꽤 수준급.
히하라와는 중학교 적부터 알아온 사이. 교내 콩쿨때는 유노키의 반주자. 오케스트라 부 소속.
츠치우라와는 같은 피아노(...) 동지.
곡 해석의 바리에이션이 넓은 걸로는 그 유노키가 혀를 내두를 정도.
츠키모리/히하라/유노키로 얽혀서 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버리기 아까운 설정이라 좋아함.
그리고 1이라고 적어놨지만 2는 전혀 다른 거일 가능성이 높고 근데 지금은 쓸 것 같지 않고. 응. 뭐.
근데 이 쪽 쓸 때면 전 항상 머리를 쥐어뜯지 ㅋ..................... 아 놔 클래식은 아무리 들어도 매번 잊어버려.
* 근데 베토벤은 진짜 좀 미친 천재가 맞는 것 같고. 전 비창보다 월광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