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했습니다.... 매번-_-;;
성적도 나왔겠다, 중국어는 뭐 때려치기로 확정됐고.
이제 사학 복수냐 일본학 심화냐 사이에서 갈등.
후자를 하게 되면 교환유학이 거의 확정이네요.
제 6막 Over the perfect (3)
9월에 접어들어 2주째의 일요일. 히비야의 극장에서 상연되고 있던 하이바라 유게쓰의 신작 『바벨』이 드디어 마지막 날을 맞았다.
앞에서 7열의 센터 석에, 렌죠 히비키의 모습이 있다. 그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뜬 것은 스즈키 아스카였다.
[놀랍군. 정말로 와 주리라곤…….]
사쿠라에게 맡겼던 티켓으로 설마 히비키 본인이 올 줄은, 아스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히비키는 무표정하게 정면의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아스카는 옆자리에 앉아,
[밉기 그지없는 학생작가가 남긴 것에 의지하다니, 어지간히 보러 오고 싶으셨던 모양이네요.]
[우쭐해 하지 마라. 그 쪽의 도발을 이용해 준 것 뿐이다.]
그제야 아스카를 향해 시선을 준 히비키는 노골적으로 상대를 깔보며,
[무단으로 나의 작품의 후속편을 쓰고 있는 것 같던데. 그럴 틈이 있다면 자신의 작품에 시간을 투자해 보는게 어떤가. 그런 걸 아무리 발표 해 봤자, 자신의 작품을 쓸 수 없다면 누구도 평가해 주지 않아.]
[알고 있어요. 그보다도 읽어 주셨던 겁니까, 그것.]
[그딴 것 벌써 츄구지가 찢어버렸다.]
너무하네, 라고 아스카는 상처받은 표정을 했지만, 히비키는 그의 마음을 신경쓰는 기색도 없었다. 동정해 줄 의리도 없었다.
[끝나면 식사라도 하죠. 전 당신과 이런저런 얘기가 하고 싶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예정이 있어서. 할 얘기도 없다.]
어찌할 틈도 없는 히비키에게 아스카는 불만인 모양이었다. 그도 그렇겠지. 히비키가 오늘 여기에 보러 온 것은 단순히 쫓기는 기분에서가 아니었다. 앞으로 보게 될 것은 하이바라의 무대다. 그것도 도쿄에서는 최후의 상연이다.
이 『바벨』은 살아있는 하이바라 유게쓰를 알고 난 후 보는 첫 신작이다. 그것도 저 패배적인 감금사건의 이후다. 무대가 되기 전의 희곡을 본인에게서 받아, 치명타를 입었을 터인데, 아직도 이렇게 자신은 질리지도 않고 여기에 있고, 계속해서 쓰고 있다.
그렇게 만드는 것도 하이바라다. 포기를 끌어안고도 쓰는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저 남자의 살아있는 말이 제세동기(除細動器)처럼 히비키의 심장에 카운터 쇼크를 계속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라도,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에 이어져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예감이 든다. 발버둥을 체념으로 바꿔, 고요한 마음으로 진실이 보이게 되면, 자신은 자신의 마음을 어딘가 연착륙(軟着陸)시킬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숨이 그러하듯, 마음도 또한 자신 하나만의 것이 아닌 건지, 살려지고, 서로 반응해 가며,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간다.
여기서 이렇게 하이바라의 무대를 계속해서 보고 있는 것에도,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을 터.
(-- 케이…)
막이 올랐다.
현대 연극계의 젊은 제왕 · 하이바라 유게쓰의 손에 의한 최신연출의 무대가, 오늘 밤 또 다시 생을 부여받아 관객의 눈앞에 출현한다. 화려함과 강력함, 장대함과 섬세함, 정감과 질주감, 그것들이 모순없이 공존하는 하이바라 연출을 남김없이, 그것도 무엇보다도 이상적인 수위까지 끌어올려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은, 무대감독의 준영(俊英) · 이시지마 에이스케다.
도입부는 막연한 미명의 사막이다. 모래바람이 휘익휘익, 하고 거칠게 불어온다. 에스닉한 음악이 바람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음악이 높아져 감과 함께 아침놀이 퍼져나간다. 유적의 실루엣이 떠오르며, 낮은 붉은 빛에 호리존트(Horizont : 무대 뒤의 벽)가 물들어 가면, 어느새인가 그곳에 검은 인영이 하늘을 올려다 보며 서 있다.
["무너졌다. 대 바빌론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곳은 악령들이 사는 곳, 온갖 더럽혀진 영들의 소굴, 온갖 더럽혀진 새들의 소굴, 온갖 더럽혀진 불길한 짐승들의 소굴이 되었다"!]
묵시록의 한구절을 낭랑히 읊은 것은 검은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는 「압생트 쑥의 천사(요한계시록 8:10, 11에 나오는 셋째 천사)」.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선 채로, 그는 유적의 계단을 한 발씩 올라간다.
["불행이다, 불행이다, 거대한 수도, 강대한 수도 바빌론. 너는 한 순간에 심판받았다"]
"아멘, 할렐루야!"
대 군중의 목소리가 땅의 울림이 되어 솟아 오른다. 천사를 따르는 남녀의 목소리는 마치 바빌론의 망령들 같다. 천사는 망토를 크게 펄럭이며 유적의 최고지점에까지 올라간다.
["구원과 영광과 힘은, 우리들의 신의 것. 그 심판은 진실이며 올바름이다!"]
"아멘, 할렐루야!"
["아멘, 할렐루야!"]
"아멘, 할렐루야!"
압생트 쑥의 천사와 군중의 목소리의 합창이 높아져 가며, 음악을 집어삼켜 간다. 드디어 떠오르는 태양의 빛도 함께 힘을 더해가며, 천사가 유적의 최정상에 서고, 모든것이 피크에 다다른 순간, 천사가 망토를 벗어던지며, 떨어지는 것 같은 중저음이 극장 가득 울려퍼졌다. 잔광과 잔향을 관객의 오감에 새기며, 무대는 어둠의 정적으로 돌아간다.
장대한 이야기를 예감시키는 서막이다. 몇 번을 보아도 오싹오싹하다. 하이바라 연출의 진면모는 이 급격한 고양감이다. 이것을 도입부에 당해버리면, 더는 저항할 수도 없다. 히비키의 모든 신경은, 옆의 아스카가 있는 것도 잊고 무대에 삼켜져 간다.
사호는 말했다. 정말로 네가 하이바라에게서 도망치고 싶다면, 결별하는 수 밖에 없다. 사랑하는 자에의 비판정신을 키워라. 네가 그렇게 해서 모친의 손 안에서 도망쳤던 것 처럼. 어떤 방법이어도 좋다. 사랑하는 자가 있는 세계와는 다른 가치축을 네 안에 키우는 거다.
(당신이 한 말은 옳아. 사호 씨…)
내 몸은, 이 극약이 가져다 주는 고통과 마취에 너무나도 익숙해 졌다. 아픔이 없으면 불안해 지는 역의존이다. 빠져나올수 없는 것이 아니라 빠져나오지 않는 것이다. 각오가 부족하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신이 익숙해 진 장소를 확인해 놓고 싶었던 것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난 더이상 네게 빠지지 않아.)
["너희들은 그 탐구심을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두려워 한 적은 없는가. 네게는 알 용기가 있는 건가? 그곳에 어떤 절망이 있더라도 견딜 각오가 있는 것인가?"]
물론. 내가 머무르고 있는 것은 너의 정체가 알고 싶기 때문이다, 하이바라.
나와 닮아있는데도 더욱 풍요로운 자로써의 너,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써의 너….
나를 몰아세웠던 말들은 대체 어디에서 태어나는 것인가.
너의 창조의 원천을 이 눈으로 보겠다고 생각했다.
--- 나를 핥아라, 크라우데스. 그렇게 하면 난 너의 것이다.
(가시 투성이인 너를 핥아 입 안이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나는 머무르겠다.)
쭉 자신만을 마주하며, 자신을 벌하는 것으로 안심하며, 그것을 타인에게 깊게 간섭하는 것에서 도망치는 면죄부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런 습성을 벗어 던지려고 한다. 아무리 두렵더라도 살아있는 네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이것은 나 자신에의 도전이다.
케이가 가르쳐 주었다.
두려움, 그 앞을 밟고 들어서면, 그 너머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세계가 펼쳐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발짝도 물러서지 말아라"!]
무대 위의 「압생트 쑥의 천사」가 외쳤다.
["너희들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 양막(羊膜)을 드디어 찢어버릴 때가 왔다. 얼어붙은 바람을 두려워 하지 말아라. 열풍에 태워져라. 쑥을 먹고, 진실의 해방에 도전하는 거다"!]
(! --- 하이바라…!)
그 순간, 시계(視界)가 파열이라도 한 듯, 의식이 무대공간 이상으로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급속히 보이기 시작했다. 언어혼란에 떨어지는 바빌론의 사람들, 돌연 말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연인에게 어떻게든 의사소통하려 발버둥치는 석공의 안타까움, 굳게 탑의 비밀을 지키려 하는 석공의 친우, 무희에게 기우는 보답받지 못할 사랑, 쌓여왔던 것들이 붕괴하는 순간 --. 도미노가 쓰러지듯 보여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의 정신이 순식간에 특별한 표정을 가지고 쇄도해 온다.
(하이바라? 거기 있는 건 하이바라, 너인가?!)
무대전체가 마치 하이바라의 몸인 것 같다고 히비키는 생각했다. 그곳에 하이바라의 숨결을 느낀다.
착각인가. 아니, 착각이 아냐……!!
보인다.
[…보인다….]
장엄할 정도로 아름다운 빛속에 무너져 가는 인간의 탑을, 히비키는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 하이바라 유게쓰의 마음은 무대에밖에 나타나지 않아.
(하이바라)
연극 전체를 끌어안는 대기처럼, 그곳에는 한 남자의 마음이 가득 차 있다.
이 큰 극장 전체가 하나의 마음 속에 안겨 있다. 하이바라 유게쓰의 마음에 감싸여 있는 자신을 느낀 그 순간, 히비키는 그저 멍하니 석공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탑은 다시 처음부터 쌓으면 돼. 나는 돌을 쌓겠어"]
하이바라 유게쓰의 목소리가, 지금 처음으로,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아웅 나날이 엉망....
오랜만에 요한 계시록도 좀 뒤적여 봤습니다. 몰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