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번엔 번호 헷갈린다....;;
굉장히 오랜만의 작업입니다. 오마이갓.
제 5막 Stagejacking (4)
무대 위는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구루미야 와타루가 주연을 맡은 『외딴섬의 악마』는, 실로 생동감 넘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부친과 결렬한 모로토는 창고에 갇히고, 여기서부터 미노우라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와타루는 열여섯의 풋풋한 육체를 마음껏 써, 생동감있고 날카로운 움직임을 충분히 표현했다. 작은 동작이 잘 듣는 와타루의 움직임은 경쾌하고, 스피드 감을 증폭시켜 무대를 보는 관객을 질리게 하지 않았다.
사고를 극복해내고, 케이의 연기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확실하게 레일을 탄 연기는 제트코스터 같은 전개에도, 더는 휘둘리지 않았다. 모로토라고 하는 이름의 열차는 관객을 태우고, 마음껏 그들을 휘두르는 쪽이 되어 있었다. 와타루와 케이라고 하는 두 바퀴를 잇는 차축(車軸)은 서로 맞아, 흥미롭게 연극을 진행시켜 간다.
[굉장해, 케이 군....!]
사쿠라도 두근거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 전보다 훨씬 더 생동감이 있어. 어째서?! 같은 연출같이 보이질 않아!)
그야 그렇겠지, 라고 무대 위의 케이도 동감했다.
(템포가 전혀 달라...! 이걸 잡아 당기고 있는 건 전부 구루미야 군이다!)
와타루의 저력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주역이라고는 해도, 왠만한 정도의 힘으로는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는다.
후반의 이 맹렬한 템포 상승은, 와타루가 하이바라의 연습실에서 호되게 주입되었던 것이다. 고오리야마의 연출에, 무거운 템포에 익숙해져 있던 출연자들은, 그리 쉽게 각자의 체내 메트로놈의 속도를 올릴 순 없겠지. 말하자면 무거운 소를 혼자서 끄는 것과 같은 것이다.
--- 하지만, 넌 그걸 해 줘야겠다.
--- 그것이 가능해야 비로소 오귀스트 후보다.
(그래, 이거야.)
라고 히비키도 흥분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어두운 괴이취미만이, 흥미로움은 아니다. 이 피끓는 두근거림.)
전의 상연보다도 훨씬 잘 되어 있다. 히비키가 좋아하는 란포(江戸川乱歩 : 에도가와 란포. 1894 ~ 1965. 소설가. 이름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에드가 알렌 포우의 이름을 따서 지은 필명.)의 핵심을 딱 짚어낸 오늘의 무대는 두드러지게 재미있다. 소년소설의 흥분과도 닮아있다. 히비키가 이것을 보고 떠올렸던 것은 어째서인지, 지금 상연중인 『바벨』이었다. 와타루의 움직임이 『바벨』의 석공을 연상시키고, 쌍체융합의 한쪽을 연모하는 미노우라는 마치.... 하고, 거기까지 눈치채고는 핫, 하고 숨을 삼켰다.
(그런가, 하이바라인가.)
히비키는 오늘의 무대가 재미있는 이유를 깨달아 버렸다. 자신이 빠지는 포인트는 하이바라의 포인트이기도 한 것이다. 분하지만 그랬다. 구루미야 와타루에게 주입시킨 「극약」. 캡슐은 녹아버렸고, 하이바라가 말하는 화학변화는 확실히 이 무대에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무대.)
저택에 갇혀있던 수많은 이형자(異形者)들을 해방시킨 「모로토」가, 밝은 표정으로 그들을 이끌고 등장한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계단을 내려오는 케이들을, 호화로운 환영 팡파레로 맞는 것은 고오리야마 군지의 연출이다.
그 승리의 광경의 별남이, 질주감을 더욱 증가시킨 모험부분에서 이어져, 깜짝 놀랄 정도의 화려함을 불러 일으킨다. 이 무대, 결국 하이바라가 낚아채 버렸다, 라고 히비키는 생각했다. 와타루 한 방울로, 순식간에 하이바라 색으로 물들어 간다.
(좋아, 이걸로 내 일은 끝났어. 자, 드디어 승부다, 가즈라가와 군.)
천하의 와타루도 소모가 심했다. 본 공연 첫 상대라고 하는 악조건에서, 이정도의 큰 역을 해내는 것 뿐 아니라, 컴패니 전체의 지휘마저 빼앗아 버리는 배짱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여린 몸의 어디에 그 정도의 체력과 기력이 있는 것일까.
이 정도 소모했음에도, 와타루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구루미야 군... 엄청난 에너지다. 끝이 없어.)
케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랬다, 그는 저 완벽한 해밀을 연기해 낸 사람이다. 절대로 도중에 힘이 다하거나 하진 않는다. 만에 하나도 없다. 그렇기는 커녕, 클라이막스에 다다라서 더더욱 발열량을 증가시킨다.
이야기는 드디어 클라이막스에 돌입한다. 후반최대의 하이라이트다. 타임리미트가 다가오는 가운데, 보물찾기에 나선 모로토와 미노우라는 암호를 풀고, 지저미로(地底迷路)에 발을 들여간다.
여기서부터는 둘 뿐.
단 둘뿐만의 긴 연극이 시작된다. 명백한 이인 연극이다.
오늘의 이 공연은, 이 때를 위해 준비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늦지 않았나!)
딱 그 때 뒤늦게 극장에 뛰어들어온 남자가 있었다. 와타나베 케이고였다. 둘의 공연이 실현되었다고 듣고, 급히, 히비야의 극장에서 뛰어온 것이었다. 하이바라가 준비한 프레스 티켓을 들고, 와타나베는 설레는 마음을 품고 객석으로의 문을 열었다.
정면의 무대에는, 케이와 와타루의 모습이 있다. 처음 본 순간, 발 끝에서부터 소름이 돋았디. 저 오귀스트 후보 둘이 정말로 같은 무대에 서 있다...!
(대단해! 구루미야와 가즈라가와의 2인 공연인가...)
무대 위는 두사람의 모습만 남기고, 암흑이 되어 있었다. 그곳은 지하의 동굴이다. 셋트는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좁은 동굴을 걷는 두 사람은, 이 상태로 천천히 숨막혀 오는 상황을 연기해야만 한다. 거의 심리극이라고 해도 좋다. 셋트도 없고, 조명같은 조명은 사이드에서의 푸른 빛과 보조 스포트 뿐이어서, 관객의 시선이 헤매지는 않는다. 연기자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소소한 눈속임도 통하지 않는다. 최후의 최후에 이렇게 어려운 장면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이 연극의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저에서의 두사람의 연기가 시작된다. 지저 탐험이라고 하면 가볍게 들리지만, 두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공포와 절망의 극한체험이었다.
["이제 밧줄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지. 일단 되돌아가서 긴 걸 갖고 오자. 하지만 그 줄은 놓지 않도록 해. 미로의 길잡이를 잃어버렸다간, 우리들은 이 땅 밑에서 미아가 되어 버리니까 말야."]
이렇게 되면 연극이라기 보단 세션(session)이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이, 갑자기 이 어려운 씬에 부딪치는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도 읽지 못한 채, 와타루도 케이도, 점점 진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 되어 갔다.
(느낌이 전혀 달라.)
유타에겐 미안하지만, 와타루의 반응은 역시 보통이 아니다. 오쿠다와의 『거미 여인의 키스』를 방불케 한다. 유타 때에는, 아직 서투른 그의 연기를 그저 도와주고 리드하길 반복하느라 뼈가 빠졌던 케이였지만, 와타루가 상대가 되면 그런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대신 엄청난 긴박감이다. 전혀 방심할 수 없다. 「모로토」로써는 「미노우라」가 의지할 수 있는 이지만, 연기에서는 기대기는 커녕 맹렬한 랠리였다. 밧줄을 잃어버리고 동요하고, 수렁에 빠져 허리를 부딪치는 등, 두 사람의 악전고투를 케이와 와타루는 처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절묘한 호흡으로 연기해 가고 있었다.
["이 끊긴 부분을 봐. 날카롭게 각이 져 있어."]
["무슨 얘기죠."]
["그러니까, 네가 잡아당겨서 끊긴게 아니란 거야. 날카로운 칼 같은 것으로 잘린거다."]
["설마! 하지만 누가.."]
["모르겠어... 우리들은 아무래도 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것 같아."]
(좋아, 가즈라가와. 숨막히는 연기다.)
지켜보는 오쿠다도 어느새인가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2인 연기의 긴장감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양쪽 다 팽팽하게 서로를 붙잡고 있어, 서로 부딪치면 울릴 것 같은 감각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좀 더 파고 들어라. 너라면 버틸 수 있어.)
["이런, 미노우라 군! 물이다! 해수야! 이 동굴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만조다!"]
오쿠다의 마음의 목소리가 닿은 것 처럼, 케이의 텐션이 갑자기 튀어 올라갔다. 와타루도 버퍼처럼 되 튕겨내며, 더더욱 높은 텐션으로 응대한다.
["수위가 올라오고 있어...! 큰일이야...!"]
물론 그곳에는 물도 바위도 없다. 두 사람은 두 사람의 연기만으로 그 위기적 상황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상상력과 표현력과 두 사람의 호흡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유일하게 도와주는 것은 효과음과 요란한 음악 뿐이다.
["돌아가, 미노우라 군! 어서!"]
["으, 으아아아악!!"]
첨벙첨벙 거리며 <상상의> 물을 헤치며 경사를 올라간다. 두 사람은 서로 뒤엉키듯 하며 필사적으로 물에서 벗어난다. 보는 쪽의 눈에는 바닷물이 보이지 않아도, 확실히 올라오는 바닷물에의 공포는 강하게 전달되었다.
(엄청나게 호흡이 맞는군. 저 녀석들 둘의 머릿속에는 아마 분명 같은 장면이 보일거다...!)
아라타가 본 대로였다. 케이와 와타루는 언젠가부터 같은 「상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케이가 물을 보면 와타루도 보고, 와타루가 바위를 보면 케이도 같은 것을 본다.
(그리고 관객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원래라면 지저는 깜깜할 터이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지만,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싫어도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와타루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텔레파시라도 통하는 것 처럼 케이가 반응해 온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그에게도 보이는 건가? 내 머릿속이 읽히는 건가?
(봐! 가즈라가와 케이는 역시 이 정도의 시간으로 나에게서 전부 다 흡수 해 가 버렸다!)
살려둔 것이 정답이었던 것인지, 어떤지. 집중도가 올라감에 따라, 케이의 연기도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올라가는 텐션이 케이에게는 보이고 있었다.
와타루는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신도 물러날 수 없다.
(이후론 그저, 지금 있는 내 전부를 꺼내 보일 뿐이다!)
["미노우라 군, 날 붙잡아!"]
바닷물이 가슴까지 올라온다. 두 사람의 공포는 피크에 다다랐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좁은 공간의 패닉을 두 사람의 몸 만으로 만들어 내 간다. 서로의 리액션만으로, 그것 만으로.
["이제 틀렸어. 죽는다고!"]
["마지막까지 포기해선 안돼! 꽉 붙잡아, 살 수 있는 데까지 사는거다! 미노우라 군! 미노우라 군!"]
객석은 두 사람의 공포에 삼켜져,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곳에 들리는 것은 케이와 와타루의 숨소리 뿐이었다. 관객은 마른 침을 삼키며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진행을 알고 있는 히비키들 마저, 그들의 박진감 넘치는 패닉 연기에 압도되어 버렸다.
꽤 오랜 시간,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오고 있었다. 호흡 소리에 걸리는 잔향이 사라지고, 좁은 공간의 밀폐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수위의 상승은 드디어 멎었다. 그 감각을 케이와 와타루는, 서로의 시선과 표정만으로 만들어 냈다.
["봐, 미노우라 군. 밀폐된 공기의 압력이 물을 누르고 있는거야. 살았어... 우리들은 산 거야."]
["저, 정말로...."]
와타루는 케이에게 꽉 매달려 있다. 그 와타루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케이는 파랗게 질리며 「수면」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바라보고 있다. 상상 속의 수면의 높이가 두사람이 정확히 모여 있다.
바닷물의 차가움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두 사람 다 몸을 굳히며, 정말로 빠져있지도 않은데 입술이 보랏빛이 되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어느 한 쪽만이 아니다. 양쪽 다 다. 물에 오랫동안 잠겨 있어 체온을 빼앗겨 가는 상태가 떨림에서 전해진다.
드디어 물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을, 두 사람의 몸의 이완으로 알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고 있는 것과 동시에 호흡음에 걸리는 잔향도 깊어져,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 귀에서 느껴지게 되자, 무대에 동굴의 깊이감이 돌아왔다. 최대의 핀치를 극복한 두 사람은 또 다시 출구를 향해 자지도 쉬지도 않고 걷기 시작하지만, 그 걸음은 기진맥진 해 있어, 무대 위의 그들의 표정에는 피로와 절망의 빛이 짙어져 간다.
실제로 케이와 와타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소모되어 있었다. 서로의 파장을 맞춰가기 위해서는, 보통이 아닌 집중력이 필요했겠지.
(따라오고 있어.... 가즈라가와 군, 아직도 쫓아오고 있다.)
(구루미야 군, 소모가 심한 모양이야.)
케이 쪽이 조금은 여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쭉 나와 있는 「미노우라」역은 부담도 크다.
(힘내, 구루미야 군.)
지저를 계속 헤매이던 두 사람은, 결국 힘이 다해 주저앉고 만다. 체력의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결국 우리들은 죽는 거네."]
피로하고 고달픈 「미노우라」의 대사에는 와타루의 진심이 섞여있는 것 처럼 들렸다. 케이도 「빈사의 병자같은 애처로운 목소리」로, 그렇네, 라고 답하고,
["잘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아무리 걸어도 나갈 수 없어. 바보같은 얘기야."]
라고 나갈 수 없는 이유를 몽롱한 의식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같은 장소를 뱅글뱅글 돌고 있다는 걸 알고, 절망한 나머지 될대로 되라는 식이 되어 버리는 두사람이었다. 「죽어, 죽는거야」라며 녹초가 된 그들에게 찾아 온 것은, 하지만 아직 「죽음」은 아니었다.
녹아내리듯 잠에 빠져버리는 두 사람의 의식처럼, 조명이 사라지고, 암전된다.
다시 무대에 푸른 빛이 들어와도, 그곳은 아직 지저였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폐쇄감은 보는 사람마저도 불안하게 만든다. 그 가운데에서 눈을 뜬 「미노우라」에게, 케이는 담담하게
["깼어? 우린 여전히, 동굴 속에 있어."]
(케이....)
이젠 자포자기가 아닌, 그저 조용히 절망감을 씹어 삼키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끝없는 허탈감을, 히비키는 알고 있었다.
어느쪽의 연기가 위인가 아랜가를 가리려는 마음은 객석에서 사라져 있었다. 지금은 그저 종막이라고 하는 출구를 향해 격투하는 두 사람의 남자를 지켜보려고 하는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는 물도 식량도 없다. 있는 것은 어둠 뿐이다. 와타루의 표정이 낙담에서 절망으로, 정망에서 공포로 물들어 가고, 두렵다고 호소하며, 덜덜 떨며 「모로토」에게 달라붙는다. 와타루의 화사한 몸을, 다리를 뻗고 주저 앉은 케이는 온갖 마음을 담아 꽉 끌어안았다.
어두운 블루 라이트 속에서,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사람을, 보조 라이트가 쓸쓸하게 떠오르게 한다. 서글픈 바이올린 곡이 먼 파도소리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미노우라 군. 우리들은 다시는 지상으로 올라갈 수 없어. 여긴 빛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도 도덕도 관습도, 아무것도 없어. 인류가 전멸한거야. 다른 세계야. 난 적어도 죽을때까지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것을 잊고 싶어."]
담담하게, 담담하게 케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와타루의 온기를 팔 안에서 느끼며, 와타루도 또한 떨리는 몸을 케이에게 맡기며, 듣고 있다. 길고 긴 대사다. 더는 무엇도 감출 것이 없는 「모로토」의 술회(述懷)다.
부친 죠고로에게서 알아낸 「이 세계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추악하고 괴이한 대 음모」를 미노우라에게 털어놓는다. 박해로 넘쳐나던 죠고로의 반생, 마음의 상처, 정상적인 사람에의 저주, 정상인으로 태어난 미치오에의 증오.... 그 큰 복수 계획에 분노하고, 저주하고, 부모라고도 생각할 수 없는 부모가 사랑스럽기는 커녕 증오스럽지만, 그것이 「부모」라는 사실.
짊어지고 있는 것의 무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이야기 하는 말투에 열기가 섞이기 시작한다. 뱉어내는 것 처럼 케이는 이야기 했다. 봇물이 터진 듯 눈물이 멎지 않고 뺨을 타고 흘러내려, 오열로 목이 메어오자, 와타루의 뺨에 뺨을 붙이고, 몸을 비틀듯 하며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간다. 케이의 눈물이 자신의 뺨에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와타루는 반쯤 망연해 져 있었다.
(뜨거워.)
전류에라도 닿은 것 처럼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사람의 눈물이라는 건 이렇게 뜨거운 건가....?)
자신의 것이 아닌 사람의 눈물을, 처음으로 뺨에 느낀 놀라움으로, 와타루는 순간 「미노우라」의 마음인 채 완전히 무방비 해 져 버렸다. 그런 와타루의 전신에 「모로토」의 비탄이 직격한다.
["어린 아이를 목만 내놓고 상자 안에 넣고, 성장을 멈추고, 난쟁이 법사를 만들었다. 얼굴의 피부를 벗겨내고 다른 피부를 붙여서 곰 소녀를 만들었다. 손을 잘라내어 세 손가락의 인간을 만들었어.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것을 흥행사에게 팔아넘겼다. 미노우라 군, 이게 내 아버지의 정체야. 나는 녀석들의 아이다. 살인자보다도 몇배는 더 잔혹한 일을, 일생의 신념으로 하고 있는 악마의 자식이야!!"]
눈물의 뜨거움에 벽이 깨어지기라도 한 듯, 그의 아픔이 침투해 와 마음을 뒤흔든다. 오열이 섞인 케이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높아져 간다.
["난 어떻게 하면 좋은거지!"]
(뭐..!)
돌연, 눈 앞의 세계가 폭발적으로 넓어졌다.
무언가가 와타루의 몸을 꿰뚫고 하늘까지 치솟았다.
(뭐지, 지금 건...!)
["진심을 말하자면 말이지, 이 동굴 속에서 길을 찾을 끈을 잃어버렸을 때, 난 마음속으로 문득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어. 이제 영원히 이 어둠에서 나가지 않고 끝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뻤어!"]
뭐지, 이 떨림은. 그것도 이 진동은 극장이라는 닫힌 공간을 뚫고 나가, 멀리 높은 곳까지 전달되어 간다. 와타루는 그것이 닿는 끝을 확인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멀어서 쫓을 수 없었다.
이상한 진동에 휩싸이면서도, 와타루는 연기를 계속해야만 했다.
["질투하고 있는거야."]
["질투하고 있어. 그래. 아아, 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질투 해 왔던가!"]
--- 안돼.... 온다...!
직감이었다. 「모로토」의 감정의 고조에 와타루는 대비해야만 했다. 일단은 냉정함을 되찾은 모로토지만, 이상할 정도로 불안한 진동은 오히려 진폭을 넓혀가고 있다고까지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제 넌 하쓰요 씨와도 히데와도 다시 만날 일은 없는거야. 이 세계에는, 너와 나만이 전 인류인거야!"]
파랗게 질려 있는 케이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어 가며, 눈에 핏발이 서기 시작했다.
["아아, 난 기뻐. 너와 둘이서 이 세계에 갇히게 해 준 신에게 감사해. 나는 처음부터 살아야겠단 생각 따위 조금도 하지 않았었어."]
열기 띤 말투는 몽유병에 걸린 듯, 제정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악마의 자식인 걸로 모자라 살아서 수치가 밝혀지느니, 널 끌어안고 죽는 쪽이, 얼마나 더 기쁜 일인지! 미노우라 군, 지상의 세계의 관습은 잊고, 지상의 수치를 버리고, 지금이야말로 내 소원을 받아들여줘, 내 사랑을 받아줘!"]
(...아...!)
드디어 솟구쳤다. 「모로토」의 격정이 와타루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와타루를 밀쳐낸 것은 수증기 같은 「혐오감」이었다. 케이가 찍어 누르는 것 보다도 빨리, 있는 힘껏 케이의 몸을 밀쳐냈다. 번개를 맞은 거목이 반쪽으로 갈라지듯, 두 사람의 위치가 좌우로 갈렸다.
[.... 아....!]
상처입은 케이를 와타루는 떨며 노려보고 있다. 절대로, 단호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발견한 표정이다. 하지만 케이는 집념으로 매달렸다. 울면서 「광란의」상태로, 도망치는 와타루를 쫓는다. 어찌 보면 우습기만 한 장면이지만 관객은 누구 하나도 웃지 않았다. 웃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공방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하다. 드디어 와타루를 잡은 케이는, 이대로 무대에서 정말로 와타루를 범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실제로 케이는 가차가 없었다. 와타루의 머리카락을 쥐고 입술이고 혀고 할 것 없이 빨아 올리고, 상의 뿐 아니라 하반신까지도 벗겨내려 달려들며, 사랑해, 사랑해 라며 미친듯이 부르며 반쯤은 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모습이다. 싫어, 그만둬, 라며 비명을 지르는 와타루도 용서없이 케이의 뺨을 할퀴었다.
박진감을 넘어선 경지에서 서로에게 부딪치는 두 사람을 보고, 객석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괴물」이다.)
히비키는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생각했다.
(--- 이건 인간이 하는 연기가 아니야.... 괴물의 연기다....)
두개의 정념의 응어리가, 서로 부딪친다.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그곳에서 태어나는 것은 본 적도 없는 생물이었다.
관객은 보았다.
슬픔을 대해원(大海原)을 향해 계속해 외치는 한마리의 푸른 괴물이,
하나의 무대에서, 태어나고 있는 것을.
아이고 길었어라....&&&&
5막 끝났습니다. 이걸로 외딴섬의 악마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