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십이국기 보느라 작업 쌩까고...
오늘은 R F섭 위자 만렙 찍느라 땡치고...
오빠가 밥먹으면서 태사기 보는 동안 작업하는 저......
슬슬 종강이근영.... 알바 좀 알아봐라 나님.
제 5막 Stagejacking (3)
무대 위의 케이는 이상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모로토 저택에서 드디어 아버지 · 죠고로(丈五郎)와 대면하는 장면이다. 정좌한 케이의 턱을 따라, 땀이 흘러내려 떨어진다. 특별히 땀을 흘릴만한 장면도 아니다. 격렬하게 움직인 것도 아닌데, 역시나 이상하다고 케이도 눈치채고 있었다. 소매로 몇 번이고 턱을 훔치는 동작은, 아버지와 대치하는 「모로토」의 긴장을 객석에 전하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와타루는 꿰뚫어 보고 있다.
(가즈라가와 군의 상태가 이상해….)
정좌한 케이의 뒷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딱딱하고 느꼈다. 케이의 등이 굳어 있는 것에서, 와타루는 알아채고 만다. 처음은 「긴장한다」는 연기의 탓이라고 생각했지만(그걸로 땀까지 흘리는 건가, 라고 질려버렸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긴장 속에서도, 의연한 태도로 있어야만 하는 장면이다. 그런 것 치고는 목소리에 강한 기운이 없다. 던져 오는 연기의 반응도 순식간에 궁색해 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거지. 가즈라가와 군…, 어째서 몸을 빼고 있는거야.)
게다가 눈이 마주치면, 명백한 낭패의 빛을 띄우며 시선이 허공을 헤매이고 만다. 방금 전까지 맞서던 강함은 어디에 가 버린건가. --- 그러고 있는 사이에 「모로토」는 도망치듯 대기실로 퇴장하고 말았다.
(기다려, 가즈라가와 군! 난 그런거 인정 못해…!)
케이 역시 이런 연극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것이다. 땀이 멎질 않고, 손 끝이 차가워 지며 떨린다.
(나, 뭐 하고 있는거지. 왜 연극에서 도망치고 있는거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상대는 저 구루미야 와타루라고…!)
갑자기 뇌리에 와타루의 해밀이 플래쉬 백 되었다. 『메두사』를 봤던 때의 강렬한 쇼크가 지금 되살아났다. 그랬다, 그는 그 「구루미야 와타루」인 것이다. 다리가 떨린다. 어떻게 된거야, 이건. 자신은 무엇에 움츠러 들어 있는거지. 케이는 점점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다음 장면…. 대사…대사가 뭐였지….)
차츰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 버린다.
(난…난…어떻게 해야 하는 거였지…)
가즈라가와 군! 하고 등 뒤에서 꾸짖는 목소리가 있었다. 미야마기 역의 사이고 다카시였다. 「등장 장면이야, 서둘러!」라고 작은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정신이 들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고, 말을 들은 채로 허둥지둥 무대로 뛰어나갔다. 하지만 케이의 머릿속은 백지가 되어 있어, 거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버려 있었다.
기묘한 「틈」이 생겼다.
대기실에서 나오긴 했지만, 거기서 일어나고 있는 연극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전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나와버린 케이에게, 그 대단한 와타루도 움찔, 하고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무심코」나와버린, 그냥 지나치는 길 처럼 보이는 상태는, 지금까지 유지되어왔던 긴장감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끊어버리고 만다.
(케이?!)
객석의 히비키의 눈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위화감이 있는 「등장」이었다. 케이의 시선이 헤매이며, 다음 순간 앗, 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는 고작 2, 3초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대는 그 「틈」을 눈감아 줄 정도로 관용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평소」에서 「연기」로 들어가려 하는 순간의 변화까지, 전부 관객에게 목격되어 버린다.
(저녀석……! 뭘 하고 있는거야!)
아라타도 생각지 못하고 몸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케이는 그 찰나 자신의 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지금은 무슨 장면이지! 난 뭘……!)
[미치오 씨! 어땠어요, 아버님과의 "대결"은!]
기지를 발휘한 것은 와타루였다. 대본에는 없는 대사로 즉석에서 지원한다. 절묘했다. 앞으로 0.1초라도 호흡이 늦었더라면, 케이의 대실패는 완벽하게 연극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관객의 눈에도 똑똑히 새겨져 버리고 말 상황이었다.
[대…대결….]
[그래요. 요 사흘간, 당신은 쭉 아버님과 노려보고 있었다고 했잖아요. 제게도 거의 말도 하지 않고….]
라고 말하면서, 와타루는 케이의 손을 잡았다. 깜짝 놀랄 정도로 흠뻑 젖어있다. 강하게 잡으며 「떠올려 내」라는 듯 몇 번이고 흔들었다. 당황한 케이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와타루의 큰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사이를 와타루가 재빨리 애드립으로 메꾸며,
[전 그 가엾은 히데를 만나러 갔었어요. 그리고 옛날에, 저택에 봉공(奉公)하고 있었다고 하는 노인과도 만났어요. 왜, 첫 날, 항구에서 올라오던 도중에 만난 노인 말이예요. 당신을 빤히 바라봤었잖아요. …그것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일을 알아낸 건가요. 죠고로는 당신에게 뭘 말했던거죠.]
와타루의 유도는 연극의 흐름을 잘 잡고 있어 훌륭했다. 덕분에 케이는, 겨우 지금이 어느 장면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랬지만---
[난…난….]
와타루는 인내심 강하게 케이의 대사를 기다렸다. 하지만 또 다시 「극중의 시간」에 던져져 버린 채, 「모로토」의 감정은 결국 케이를 머리부터 삼켜버렸다.
요 「사흘 간」. 모로토 미치오는 부친에게서 엄청난 복수계획의 전모를 밝혀 낸다. 악마같은 부친의 소행에 충격을 받고 있다. 확인하듯 협력을 요구당하고 있다. 그는 구석까지 쫓기고 있다. 모로토가 해야 할 것은, 아버지의 명령을 의연히 거절하고, 이 악마와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곧은 미치오는, 아버지의 잔학함에 타격을 받아 다시 일어날 수 없다.
("상자에 갇힌 작은 법사, 곰소녀(熊娘), 세 손가락의 아이,…곡예단의 방…쌍체 융합의 쌍둥이…")
자신의 손이 피에 젖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케이는 움찔했다. 「모로토」의 고뇌가 너무도 무겁다. 어렸던 자신을 희롱한 어머니, 「곱추」부친의 저주, 보답받을 길 없는 동성애……, 결국 끌어안고 있을 수 없게 된 케이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고 무너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케이!)
히비키는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기세였다. 아라타도 오쿠다도 눈을 크게 떴다. 위험해!
케이는 중증의 과잉 몰입을 일으키고 있다. 역의 마음에 짓눌려, 대사를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연기를…할 수 없는 건가…? 가즈라가와 군.)
와타루도 방심해서 멍하니 서 버리고 만다.
(할 수 없는 건가, 가즈라가와 군!)
--- 포기해 버려.
[!!]
냉정한 목소리가, 문득 마가 낀 것 처럼 와타루의 뇌리에 미끄러져 들어온다.
뭐라고?
--- 이대로 연극을 중단시켜 버려. 그렇게 하면 곧 관객도 알아챈다.
--- 관객이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하고, 가즈라가와가 포기하면, 거기서 막이 내려진다. 결판이 나.
--- 원래 이 대역은 그와의 승부를 위해서였잖아? 그가 백기를 들면, 그 순간, 오귀스트는 네 것이다.
(그래. 그대로야. 하지만…!)
--- 여기서 도와준다던가 하면, 마물은 언젠가 널 뛰어 넘을거라고!
감전이라도 된 듯 와타루의 몸이 경직되었다. 조용하기만 한 무대 위는 무인의 사막같다.
--- 연극을 그만 둬. 숨통을 끊어버리고, 지금이야 말로 승부를 내 버려.
(하지만.)
눈 앞에서 케이가 떨고 있다. 웅크린 채 힘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유혹을 뿌리치려는 듯 와타루가 움직였다. 함께 웅크려서, 저도 모르게 케이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 께로 끌어 안았다. 객석에는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가즈라가와 군… 왜 그러지. 정신 차려. 지금부터잖아.]
케이는 벌벌 떨며 머리를 끌어안고 있다.
안돼, 구루미야 군…. 얘기할 수 없어…너무 힘들어서 말 할 수가 없어.
괴로운 경험만이 몸 속에서 넘쳐 흘러, 너무 무거워서 말이 목을 통과하지 못해. 모든 것이 생생해서……. 파멸의 미래밖에 보이지 않아.
[알아. 알고 있어. 하지만 네 대사가 필요해. 이건 "네게 있어서 현실"이지만, "진짜 현실"이 아냐. 생각해 내, 여긴 "무대"야!]
무대…?
[그래.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그 괴로움이 진짜일지도 모르지만, 진짜 네 것은 아냐. 넌 사실은 그 감정에서 자유로울 거야. 네가 그렇게까지 괴로워 하는 건,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했기 때문이야. "무대"에 서기 위해서.]
무대, 라는 한마디가 케이의 마음에 파고 들었다. 케이는 얼굴을 덮고 있던 손을 조금 미끄러뜨렸다. 손가가 빛난다. 그 손을 와타루가 쥐었다. 두 사람의 손바닥이 장식되듯 헬레이션(halation : (사진에서) 강한 광선을 받은 부분의 주위가 부옇게 나타나는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빛…)
--- 역할에 삼켜질 것 같아지면, 천장을 보도록 해.
케이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올려 보았다.
조명 배턴에 서스라이트가 확실히 매달려 있다. 덜컥덜컥거리며 여러 방향을 향해 검은 라이트가 일렬로 걸려 있는 모습을 보고, 문득 각각의 이름이 떠올라왔다.
(서스라이트…프레넬…평철(平凸)…펄라이트…)
전부 다 가즈쿠니에게 배웠던 조명용어다. 『비둘기의 날개』의 작은 무대에 서 있던 때부터 쭉, 본 공연의 흥분을 처음으로 가져다 준 것은, 조명의 설치 작업이었다. 슈팅, 빛을 맞추는 것으로 완성되어 가는 조명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조광의 페더가 100퍼센트까지 올라가면, 몸 속이 강하게 물줄기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여긴…)
[가즈라가와 군.]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역광의 빛을 받은 와타루의 몸이 아름다운 후광을 내고 있었다.
대단하다, 고 케이는 생각했다.
저 구루미야 와타루와 무대에 서 있다. '저' 와타루와다. 순순히 그렇게 생각했다. 구름처럼 올려다 보고 있던 상대와 지금, 같은 조명을 맞고 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최초로 무대를 동경했던 것은,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실현시켜 감동시키는 장소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모로토는 없다. 허구의 인간인거다. 그런데 그 인생을 여기까지 체험해 버리고 만다. 이건 아마도 엄청난 일이다. 사실은 없는 괴로움으로 괴로워 한다.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 자신은 기적 속에 있는거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 넌 무대의 신에게 가호를 받았다. 신에게 맹세코 연기해라.
잊을 뻔 했던, 또 하나의 감각이 돌아온다.
케이가 케이이기 위한 또 하나의 비밀.
(회복됐다…?)
표정의 변화에서 와타루도 읽어냈다.
역에 몸을 내던져도 그것이 「연극」일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레일」이 케이의 자아를 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레일과 맞물려 있는 이상은, 아무리 「모로토」의 기분이 극한에서 극한으로 흔들리고 있어도, 폭주할 일은 없다.
잃어버릴 때 까지 그것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너무나도 당연히 있어 왔기에, 굳이 이름조차 붙여주지 않았다.
(붙잡았다…)
케이는 스크럼(scrum : 여럿이 팔을 바싹 끼고 횡대를 이루는 것)을 짜듯 와타루의 양 어깨에 손을 얹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으로 「고마워」라고 전하고는, 기도하듯 또 한 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새로이 「모로토」의 마음으로 들어간다. 절망의 한숨과 함께, 드디어 케이는 흘러나오는 대로 대사를 읊기 시작했다.
["아, 이렇게 두려울수가. 설마설마 하고 생각했던 일이, 정말이었던 거다. 슬슬 끝이야."]
(케이…)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던 히비키도, 그제야 깊게 숨을 내쉬었다.
(위험했어. 하이바라가 말했던 건, 이 일이었나.)
--- 가즈라가와의 "영감"은 양날의 검이다.
(<공연자 죽이기>가 되돌려 진다는 건, 이 얘기였던건가….)
자기 해방에 의해 역의 인생에 몸을 내던져 버리는 케이는, 자칫하면 역에 삼켜질 위험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는 얘기다. <공연자 죽이기>의 부작용으로 과잉 몰입이 피크에 다다른 케이는, 와타루라고 하는 격진(激震)을 먹고 레일에서 벗어나, 탈선폭주해 버렸던 것이겠지.
[버텨냈군.]
안도한 아라타가 돌아보자, 어느 새인가 그곳에는 하이바라가 있다.
[하이바라 씨….]
[너라면 알겠지, 아라타. 오귀스트 때 너도 그랬다.]
케이나 아라타가 특별한 것은, 그저 감정이입이 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감정이입이 되어도 그저그런 배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케이들의 경우는, 그것이 「창조」라고 하는 신경에, 오감과 전신의 근육에도 깊숙히 연결되어 있다. 표현의 원천에 「피가 도는 마음」이 있어, 상연할 때마다 몇 번이고 몰입을 반복하며 높은 레벨로 끌어올려 지는 것이다.
[하지만 가즈라가와의 경우는 역에의 몰입을 의식적으로 지탱하는 훈련이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아. 저 녀석은 그저 야성의 감에만 의존해서 연기하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 저걸론 내 와타루에겐 이기지 못해.]
[…그걸 가르쳐 주기 위해서, 이런 도박을?]
아라타는 주의깊게 목소리를 억눌렀다.
[자칫 잘못됐다간 지금 것으로 가즈라가와가 <공연자 죽이기>를 당했을수도 있었습니다. 알고서 구루미야를?]
하이바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무대의 케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또 저 눈이다, 라고 아라타는 생각했다. 적어도 자신이 「적의 신문」을 연기하고 있던 때에는, 하이바라는 저런 눈동자를 하는 일은 없었다. 옆에서 보고 있는 쪽이 안타까워 질 것 같은, 그런 눈을 한 적은 없었다.
지금은 너무 멀어서 손이 닿지 않는 것을 그리워 하는 듯 한….
(무언가를 향해 계속해서 기도하는 것 같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하이바라는 중얼거렸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와)
라고 아라타는 묻지 못했다.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 푸른 장미는, 필까요.]
그 상처에 닿지 않도록, 아라타는 조심스레 물었다. 하이바라는 흘끔 아라타를 보고, 다시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다.]
구 와 바 라 님....
내가 왜 무대 조명장치 이름을....&&&&&
정말 맘에 안드는 중반부지만 지금 와서 어쩔수도 없어서 그저 눈물만 뚝뚝....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