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째가 수업이 없던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좀 기분이 안좋았던 것도 있고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기분전환 겸 4교시를 깔끔하게 쌩까고(...) 은각사를 다녀왔습니다.
일단 쿄대에서 별로 멀진 않아요. 걸어서 한 30분 정도? 근데 걷기 귀찮아서 버스타고 다녀왔습니다. 구름이 좀 끼어 있어서 적당히 서늘하고 좋았던 듯. 슬슬 단풍도 예쁘게 들기 시작했구요. 마침 동구당도 돌아볼 수 있었지만 천엔 내고 보기에는 그 땐 별로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
아래로는 사진들.
쿄대 농학부 앞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긴카쿠지미치 앞에서 내려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은각사 가는 길과, '철학의 길'이 보입니다.
철학의 길은 쿄대 철학과 교수진이기도 했던 일본의 유명 철학가 니시다 키타로가 집에서 쿄대까지 걸어오면서 사색에 잠겼던 길(그러니까 출근로입니다-ㅅ-;;)이라고 해서 철학의 길이라고 이름 붙었다고 해요.
길을 따라 쭉 올라가는 동안에 가볍게 한 번 찍어보고.
인력거도 있었습니다. 신기했어요;ㅁ;!!
타보고 싶었으나 은각사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가는 거라서 패스.
저 오빠들(?)을 지나쳐서 양 옆으로 온갖 가게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오르막을 올라가면 오르막 끝자락에 은각사 슈크림(!!!!) 가게가 있고 그 앞이 은각사.
은각사의 본명이 사실 은각사가 아니긴 합니다. 본명은 히가시야마 지쇼지. 관음당을 은각이라고 불러서 졸지에 은각사(...)라는 통칭이 되어 버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번해 2월부터 은각의 정기 보수를 시작했다고 하더군요.ㅠ_ㅠ
히가시야마 지쇼지라고 적혀있는 나무판이 붙어있는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가면.
양 옆으로 숲이 펼쳐집니다. 안쪽은 대나무 숲.
그닥 길지 않은 이 길을 쭉 따라 들어가면 매표소가 있고, 입장료 500엔을 내고 나면 은각사 경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카레산스이식 정원.
정원수도, 모래 정원도 무척 예뻤습니다. 평일 오후라 사람도 생각만큼 많지 않았구요.
보수중인 은각과, 그 옆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사당.
아쉬움을 밀어내고 은각 옆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모래정원과 단풍 든 숲과 정원수가 정말 예쁘게 어울려 있었습니다. 초입부부터 정말 엽서 안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아직 단풍이 완전히 다 들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예쁜데, 단풍이 절정일 땐 어떨지.
보물로 지정되어, 안내 받으려면 천엔(...)을 내야 하는 동구당.
들어가 볼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아서 밖에서만 찍어봤습니다. 다음번에 혹시라도 다시 찾아오게 되면 그 땐 들어가 보려구요.
동구당을 지나쳐 안내판의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면.
잉어가 사는 연못과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이 예쁘게 가꿔져 있는 정원이 보입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보다가 풉, 하고 웃어버렸는데.
이끼 퍼레이드.
중요한 이끼부터 필요없는 이끼까지. 이끼 샘플 전시전(...).
확실히 정원에 잔디가 아니라 이끼가 소복하게 깔려 있었어요. 이끼라면 몇 종류 떠오르지 않았던 전 '헐, 이렇게 종류가 많아?'라며 조금 놀랐지만.
이끼 전시전(...) 옆에는.
낮 쯤에 온 빗방울인지 아니면 관리하는 분이 준 물방울인지 모를 물기가 송송 맺혀있는 작은 나무도.
이끼들을 지나쳐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얇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작은 폭포 같은 느낌의 샘.
아래 고여있는 물에는 1엔, 5엔 동전이 잔뜩 있었어요. 무슨 소원을 빌며 동전을 던지는 곳 같았습니다. 물론 전 안했지.<<
샘 옆으로 나 있는 좁은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작은 사당도 있고.
뱀조심 출입금지 팻말도 있고(....).
아시카가 쇼군이 차를 마실 때 썼다는 샘도 있습니다.
다 좋지만 은각사를 돌면서 정말 좋았던 건.
경관이 너무 예뻤다는 거.
가을이라 더 예뻤습니다.ㅠ_ㅠ 손에 든게 많아서 카메라가 흔들려서 몇 번을 다시 찍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흔들렸지만.)
아래로는 스압 주의 단풍사진.
[#M_단풍들|접기|
산책로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가장 높은 곳에서는 은각사 경내를 전부 다 내려다 볼 수도 있었습니다. 관음당 보수만 아니었으면 정말 절경이었을텐데.ㅠ_ㅠ 하는 아쉬운 마음도 떨칠 수 없었구요.
이렇게 한 바퀴를 빙 돌고 나면 나오게 됩니다. 고즈넉하고 분위기 자체도 조용한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금각사는 엄청 화려하다는데, 좀 기대(?)됩니다. 거기도 한 번 가 봐야죠. ㅎㅎ
_M#]
덤으로.
은각사 앞의 길 안쪽으로 조금 들어서면 있는 신사. 들어가볼까 말까 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황량한 느낌이어서 보면서 어쩐지 안타깝달까, 아쉬웠어요. 사람들의 발길도 잦고 관리도 잘 되어 있던 은각사와는 비교되어서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