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키카사] after 2 years
지난 키세 온리때 냈던 책의 후일담 같은 이야기.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강의를 듣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카사마츠의 등 뒤에서 묵직한 충격과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사마츠, 아오야마 교수님 세미나 과제 뭐였냐?"
"... 넌 멀쩡하게 듣고도 까먹냐."
"그 날 오후에 소개팅 있었잖냐. 그 준비 때문에 좀 정신이 없었거든."
모리야마의 능청스런 말에 카사마츠는 그럭저럭 오랜 동료를 돌아보고는 성대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질문에 답하듯 과제 주제와 분량 등을 줄줄이 말해주었다. 수첩에 내용을 받아적고는 '고맙다!! 나중에 지난 번 소개팅에서 본 애랑 잘 되면 너도 자리 마련해 줄게!!'라는 희망 없는 소리를 하는 모리야마를 물끄러미 바라본 카사마츠는 걸음을 떼며 툭, 한 마디를 던졌다.
"참고로 제출 오늘까지다."
등 뒤에서 소리없는 비명을 올리고 있을 게 뻔한 모리야마를 돌아보지 않은 채, 카사마츠는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모리야마가 성큼성큼 쫓아와서는 투덜거렸다. 야, 넌 그런 건 진작에 말해 줬어야지!! 오늘 물어본 건 너잖냐, 난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물어봐 주는 게 의리 아니냐!! 그런 의리가 어딨냐, 임마.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며 강의실로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코보리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곤 웃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코보리, 카사마츠가 말이지."
"내 탓이냐!!"
같은 학교에 진학해 3년. 이제 이런 류의 투닥거림은 일상이라는 듯 코보리는 '응, 그래.'라며 모리야마의 투덜거림을 받아 넘겼다.그리고는 제 앞에 앉는 카사마츠를 보곤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해 신입 부원들 오늘 온다던데."
"응? ... 아, 그러고 보니 슬슬이네."
아직 입학 시즌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은 대학이었지만, 특기생들의 발표는 끝나 있었다. 윈터컵이 끝난 다음, 카사마츠에게는 지금 다니는 학교의 농구부 감독에게서 정식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시즌 성적은 으레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교였다. 윈터컵 우승이 좌절된 후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에 뭔가 잘못 들은건가 한참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이고 입학한 다음, 일반 전형으로 들어온 코보리와 모리야마를 체육관에서 마주쳤을 때 제일 먼저 나온 말이 '너네가 여긴 왜 있어.'였다. 그 때도 모리야마는 '카사마츠 너 너무한 거 아니냐.'라며 투덜거렸고, 코보리는 '잘 해보자, 카사마츠.'라며 웃었었다. 그게 2년 전 이맘때 쯤이었다. 카사마츠는 책장을 팔락, 하고 넘기며 입을 열었다.
"올해는 좀 쓸만한 녀석들 들어오려나."
"기대주가 하나 있다던데."
기대주라. 카사마츠는 입 안으로 그 단어를 곱씹었다. 그 단어가 어울리는 녀석이 하나 있었지, 라고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입가가 풀렸다. 그리고 2년 전 졸업식 때 나누었던 대화도 뒤이어 떠올랐다.
키세와는 졸업한 이후에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곤 했다. 중요한 시합이 있을 때면 늘 전화가 걸려왔다. 작년 여름, 인터하이를 앞두고 전화가 왔을 땐 제법 캡틴다운 소릴 해서 심각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웃었던 적도 있었다. 그 반응에 전화 너머에서 '너무함다, 카사마츠 선배!! 전 제법 진지한데!!!' 라고 말해서 더 웃었던 기억도 있었다. 결국 그 해의 인터하이도, 윈터컵도 염원하던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윈터컵에서는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내었고, 그 날 오후 걸려온 전화에서 키세는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선배, 죄송해요. 그 말에 카사마츠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를 돌려 주었다. 잘 했어. 그 말에 키세는 기어코 전화 너머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아마 눈 앞에 있었더라면 끌어안고 토닥여 줬겠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대신 몇 번이고 '잘 했어, 고맙다.' 라고 얘기해 주는 게 다였다. 그러고 보니 녀석은 졸업 하고도 농구 하려나, 아니면 역시 모델 일 전념하려나. 펜을 손가락 위에서 빙그르르 돌리며 그렇게 생각하던 카사마츠는 강의실 앞문이 열리는 소리에 생각을 멈추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건 그 녀석의 몫이었다. 가능하다면 한 번 더 같은 코트에 서고 싶다는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었다. 그건 자신의 욕심이었으니까.
2년 뒤에 대답을 듣겠다던 약속은, 아마 잊었으리라. 그 생각을 끝으로 카사마츠는 제 눈 앞의 강의에 집중했다.
*
강의가 끝나고 체육관으로 향하려는 카사마츠를 모리야마가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가 돌아보자 모리야마는 카사마츠의 손을 양 손으로 꼭 붙들고는 입을 열었다.
"미안, 너 먼저 가라."
".... 하아?"
"나 아오야마 교수님 과제 오늘 내로 어떻게든 해서 낼 거라 도서관에 처박힐 거거든? 오늘은 연습도 못 나간다고 감독님껜 연락 해 뒀으니까. 오늘 온다는 신입 녀석 잘 부탁하고. '차기 주장'님."
속사포처럼 제 할 말을 쏟아낸 모리야마가 잡았던 손을 놓고 카사마츠의 어깨를 힘껏 두드렸다. 그리고는 '그럼 간다, 내일 보자!!'라며 홱 돌아서선 전력으로 복도를 질주해 사라졌다. 가볍게 욱신거릴 정도로 아픈 어깨를 문지르고 있자니 한 발 늦게 강의실에서 나온 코보리가 카사마츠를 보곤 다가왔다.
"거기서 뭐해?"
길게 얘기할 기력도 없다는 듯 카사마츠는 고개를 내저었다. 코보리는 그 복잡미묘한 표정에 약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그러고 보니 카사마츠.'라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카사마츠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자, 코보리는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먼저 가 있어라."
".... 오늘 무슨 날이냐?"
"잠깐 도서관에 대출할 책이 있어서."
이것들이 무슨 오늘 도서관에 단체로 전세 낼 생각인가. 카사마츠가 그런 마음을 담아 코보리를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조금 늦게라도 갈 테니까.'라고 덧붙이는 거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학사 단위라는 건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건 카사마츠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이따 보자. 오늘 온다는 다음해 신입 녀석 슬슬 올 시간이니까.' 라고 말하곤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지르는 코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사마츠는 잠시 자신도 도서관에 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가,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내저었다. 녀석들은 제 용무가 있어서 가는 거니 자신은 제 할 일을 하러 가면 되는 일이었다. 어차피 다음 시즌 연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 지는 기간도 아니었다. 연습 스케줄도 그렇게까지 빡빡하지 않은, 한 해에 그렇게 자주 찾아오지 않는 때니 조금쯤은 숨 돌려가며 연습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었다. 그저 카사마츠 본인이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뿐.
체육관이 저만치에서 보이는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카사마츠는 이상한 기시감에 걸음을 멈추었다. 평소에도 여학생들 몇몇이 보러 오는 농구부 연습이긴 했지만 저 정도로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출입구 근처에 몰려있는 여학생의 인파에 뚝, 걸음을 멈춘 카사마츠는 몇 년 만에 느끼는 당혹스러움에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새된 비명소리가 여학생들의 무리에서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무리에 둘러싸인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인영에 카사마츠는 멈추었던 발걸음을 떼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졌다.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제 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카사마츠를 발견하고는 손을 들며 입을 막 열려고 하는 순간, 카사마츠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한 본인도 순간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키세 너!!"
"...에? 네?"
여학생 몇 명이 카사마츠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무서울 정도의 성큼성큼 다가오는 카사마츠의 기세에 눌린 듯 그 자리에서 비켜섰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여학생들의 인파 사이로 길이 생겼다. 카사마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키세의 앞까지 다가가서는 들었다 내린 키세의 팔을 꽉 붙잡았다.
"너 왜 여기있어?"
"... 우와, 선배 너무함다. 2년 만에 만나서 하는 첫 마디가 그거라니, 저 상처 받았슴다."
"시끄럽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키세는 카사마츠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고는 제 팔을 잡고 있는 카사마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돌려 카사마츠를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키세는 천천히 눈가를 좁히며 웃었다.
"선배 쫓아왔슴다."
".... 뭐?"
"들어가요, 안에 아무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제 팔을 잡은 카사마츠의 손을 잡은 키세가 이번에는 카사마츠를 잡아 끌었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며 '미안함다, 그럼 저 선배랑 할 얘기가 있어서.' 라며 여학생들에게 한 마디 남기는 것도 잊지 않은 키세는 체육관에 들어서서는 문을 닫았다. 소리없이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조용한 체육관에 키세와 카사마츠만이 서 있었다. 카사마츠는 그제야 키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지만, 키세는 붙잡고 있는 카사마츠의 손을 놓지 않았다.
"....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냐."
"계속요."
마주친 시선을 돌릴 생각도 않은 채 말끄러미 제 쪽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를 잠시 마주 바라보던 카사마츠는 이 오묘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얼굴을 본 건 얼마만이더라. 잡지같은 데가 아니라, 진짜 키세를 마주 본 건 벌써 2년 전이었다. 저보다 머리 하나는 큰 주제에 철없고 마냥 애같던 후배는 여전히 저보다 눈높이는 높고 얄미울 정도로 말끔하게 잘생겼지만, 애같은 티는 찾아볼 수 없었다. 3년 내내 팀의 에이스로 지내는 동안 어깨 위에 묵직하게 얹혀져 있었을 책임감을 버틴 댓가였으리라. 선배, 하고 키세가 카사마츠를 불렀다. 언젠가 이런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언제였더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카사마츠는 애써 떠오르는 기억을 외면했다. 카사마츠 선배, 다시 한 번 키세가 카사마츠를 부르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손 부러지겠다."
"에이, 설마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봤는데 얼굴도 제대로 안 보실 검까?"
"내가 왜."
"귀여운 후배가 선배 쫓아 왔잖슴까."
"자기 입으로 그런 말 하고 싶냐?"
툭 내뱉는 말에 키세는 소리 없이 웃곤 카사마츠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아쉬운 듯 떨어지는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사마츠는 기어코 떠오르는 2년 전의 기억에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키세는 그런 카사마츠를 잠시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체육관 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코트 한 쪽에 굴러다니는 농구공을 집어 들었다. 텅, 하고 조용한 체육관에 드리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귓가를 때리는 그 소리에 카사마츠는 고개를 들었다. 조금 떨어진 제 앞에, 팔을 걷어부친 키세가 눈에 익은 자세로 공을 들고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키세는 웃었다. 그리고는 들고있던 공을 카사마츠에게 휙 던졌다. 반사적으로 공을 받아든 카사마츠가 농구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약한 웃음기가 어린 키세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선배, 원 온 원 해요. 선배가 선공 하셔도 됨다."
언젠가의 여름이 떠올랐다. 코트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던 제 눈 앞의 후배와, 그걸 부축해 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과, 그 해의 겨울도. 겨울이 지나간 3월의 햇살과, 그 햇살을 등지고 울 것 처럼 웃던 제 눈 앞의 후배도. 그 때의 후배 녀석은 다시 만날 때 쯤엔 잊어 주길 바랐던 것 같지만, 그런 것 치곤 우습게도 그 때 했던 약속대로 제 뒤를 쫓아왔다. 후배가 약속을 지켰는데 선배가 약속을 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카사마츠는 농구공에서 시선을 떼곤 조금 떨어진 앞의 키세를 바라보았다. 얄미울 정도로 태연하게 웃고 있는 키세를 바라보던 카사마츠는 들고 있던 공을 휙, 키세에게 던졌다. 당황하면서도 반사적으로 받은 키세에게 다가간 카사마츠는 2년 전처럼 키세의 명치를 주먹으로 가볍게 찔렀다. 윽, 하고 짧게 숨을 내뱉은 키세는 오랜만에 느끼는 아픔에 몸을 숙였다. 그제야 조금 눈높이가 낮아진 후배를 똑바로 바라보며 카사마츠는 웃었다.
"키세."
".... 네."
"그러고 보니 너랑 약속한 게 하나 있었지."
미간을 찌푸리며 짐짓 엄살을 부리려던 키세의 어깨가 움찔, 하고 흔들렸다. 답지 않을 정도로 불안한 빛을 띠고 있는 키세와 눈을 마주친 카사마츠는 새삼 생각했다. 아무리 강한 척 해도 키세는 키세였다. 연습 시합에서 져서 울고, 인터하이에서 져서 울고, 그리고 윈터컵에서 지고 끝끝내 울음을 참다가 라커룸에 자기와 둘만 남자 죄송하다며 울던. 제 앞에서만은 강한 척 하지 못하는, 그래서 눈을 뗄 수 없는 녀석. 그게 카사마츠 유키오가 알고 있는 키세 료타였다.
"뭐, 였죠 그게."
"네 녀석이 두 번이나 내 말을 잘라먹고 했던 얘긴데 기억 안나냐?"
모른다며 능청스레 잡아떼는 대신, 키세는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내렸다. 카사마츠는 더 묻는 대신 손을 뻗어 키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걸 어떤 의미로 받아들인 건지, 키세의 입술 끝이 희미하게 떨렸다. 입술을 달싹이며 키세가 뭔가 말하려는 걸, 이번에는 카사마츠가 끊었다.
"그 때 약속했지, 2년 뒤에 대답 해 주겠다고."
"... 네."
몇 달 전, 전화 너머에서 들었던 것보다 더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키세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내린 카사마츠는 조금 망설이다가 키세의 뺨을 감싸 쥐었다. 그 갑작스런 접촉에 키세가 움찔, 하며 그제야 눈을 들어 카사마츠를 바라보았다. 양 손으로 뺨을 가볍게 감싸 쥔 카사마츠는 한 발 더 다가서며 고개를 숙인 키세와 이마를 맞대었다. 서로의 숨이 상대에게 약하게 닿는 거리에서 카사마츠는 2년 동안 제 안에 묻어두었던 대답을 입 밖으로 내었다.
"2년 동안, 사람 기다리게 만든 책임은 제대로 져라."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말 대신, 키세의 뺨을 감싸 쥐고 있는 카사마츠의 손에 물기가 닿았다. '너 자꾸 울래?' 라고 말하며 카사마츠가 웃자, 키세는 울음을 삼키며 '선배가 울리셨잖슴까.'라며 작게 항변했다. 그래, 라며 그 항변을 받아 넘긴 카사마츠가 키세의 뺨에서 손을 떼자, 키세는 제 뺨에서 떨어지는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리곤 카사마츠를 꼭 끌어안곤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몇 번이고 속삭였다. 선배, 좋아해요. 선배 쫓아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세요? 선배 옆에 있으려고, 얼마나. 카사마츠는 대답 대신 한 손을 들어 키세의 머리를 쓰다듬듯 끌어안았다. 네가 올 때까지 대답 미뤄두고 기다린 내 생각 같은 건 안하지, 임마. 가벼운 웃음기가 섞인 그 대답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을 뿐이었다.
+ 여담이지만 코보리랑 모리야마는 키세가 온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 날 자리를 피해준 거. 둘이서 도서관에서 키세 뒷담 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