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소리 후 들리는 목소리에 키세는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는 방 안은 깜깜했다. 꽉 닫힌 창 너머로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경적소리마저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그저 그 목소리에만 집중했다.
- 어제 전화 못 받아서 미안. 좀 바빠서. 그래도 그렇지 임마, 연달아서 열 통이 뭐냐? 한동안은 연락 못 받을 거 같으니까, 나중에 시간 여유 나면 내 쪽에서 연락하마.
무정하긴. 키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웃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닫았다가, 다시 한 번 열어서 부재중 메세지를 확인했다. 벌써 몇 번 째인지는 세지도 않았다. 메세지가 남겨진 건 그제. 키세가 매일 학교가 끝나고 돌아와서 하는 일은 아무도 없는 방에서 부재중 메세지를 듣는 일이었다. 몇 시간이고, 계속. 배터리가 다 닳아서 전원이 꺼질 때 까지.
메세지를 남긴 장본인은 지금쯤 저기 바다 건너에 있을 것이었다. 뭐라고 했더라, 대학 동아리 차원에서 여행이라고 했던가, 봉사 활동이라고 했던가. 내용 같은 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여행이라는 녀석이 일주일은 걸린다는 거였다. 안 그래도 카사마츠의 목소리를 듣는 게 작년에 비해서 훨씬 어려워 졌는데, 아예 해외라니. 제 나름대로는 진심으로 쫓아갈까 말했더니, 언제나처럼 벼락이 내리쳤다. 너 학교는 어쩌고, 좀 있으면 시즌인데 에이스가 빠지다니 제정신이야? 닥치고 연습이나 해!!
선배.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하는 말은 이제 거의 외울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목소리에 섞인 약한 웃음기도, 말 끝에 묻어나는 가벼운 걱정도. 몇 번이고 들은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며 키세는 중얼거렸다. 선배, 보고 싶어요. 한 번 입 밖으로 꺼내자 그 마음은 그저 커져만 갔다. 하염없이.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선배, 보고 싶어요. 빨리 와요. 공항까지 쫓아갈 거니까. 일주일이랬잖아요, 그 날 내내 공항에 나가 있을거니까. 나가서 선배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릴 거니까. 선배 그럼 또 화 내겠죠. 학교는 어쩌고 여기 왔어, 연습은 어쩌고. 매번 학교랑 연습만 신경쓰고.
선배를 보는 게 더 중요한데.
제 입술이 가늘게 떨리는 걸 알아채곤 키세는 웃었다. 빙글, 모로 눕자 관자놀이를 적시며 흐르던 눈물이 콧날을 적셨다. 웃음도 나질 않았다. 목소리가 끊긴 핸드폰을 꽉 움켜쥔 채, 키세는 한껏 웅크렸다. 울음이 새어나왔다.
선배, 카사마츠 선배. 빨리요, 빨리 와요. 저 카이죠에 필요하잖아요, 선배가 그토록 아끼는 학교에 필요한 에이스잖아요. 저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요, 선배가 보고 싶어서, 선배가 필요해서. 그러니까 빨리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