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관심을 끊고 살다가 상위 파벌 생기고 전면 파벌전 업뎃 되고 나서 이제야 티저를 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저거 보니 연성욕이 솟구치냐. 그래서 짤막하게 연성.
"곤란하게 됐네요."
어지간해서는 표정을 흐리는 일이 없는 본국의 당주가 드물게도 복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맞은편에 앉아 찻잔의 손잡이만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분가의 당주 역시 썩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오슈의 슈타인베르그 저택의 공기는 평소 이상으로 무거웠다. 비가 쏟아지는 바깥에서 천둥이 한 차례 시끄럽게 내리쳤다.
"파파는 본국으로 귀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소환령이 떨어졌습니다. 가브리엘라 공주가 본국에 어떻게 보고를 해 놨는지 왕립 마법사단이고 총사대고 다들 비상이 걸렸어요."
당주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던 총사의 어깨가 움찔, 하는 것이 보였다. 세스티나의 옆에 앉아있던 디트리히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반쯤 식은 차를 홀짝였다.
"본국에서 지원이 올까요?"
"아마 본격적으로 움직일 순 없을겁니다. 아무리 신대륙을 중요시 하고 있다고는 해도, 본국도 썩 평온한 분위기는 아니니까요. 총사대니 왕립 마법사단을 신대륙으로 몽땅 파견하실 정도로 여왕 폐하가 어리석은 분은 아닐테니까 그 점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굳이 말하자면 그렇게 해서 공화파에 일종의 경고를 주는 거겠죠."
신대륙에서 공화파가 아무리 세력을 길렀다고는 하지만, 아직 베스파뇰라 본국과 정면 대치하기에는 힘이 모자랐다. 물론, 그 힘을 바깥으로 돌릴 정도로 본국이 평온하지 않으니 공화파가 이 정도로 날뛸 수 있는 거겠지만.
"뭐, 그래도 소환령이 떨어졌으니 가 보긴 가 봐야겠죠."
"소환령이 떨어져서 가는거예요?"
"설마."
왕립 마법사단 단장이 담담하게 왕국의 소환령을 무시하는 발언을 내뱉자 마주 앉아있던 세스티나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저런 사람이지. 모르긴 몰라도 본국에서 분가쪽에 위협이 될만한 사태가 터질 것 같다 싶으면 손을 쓰고도 남을 사람.
"그럼 왜 가시게요?"
"스파이 하러요?"
단어 선택이 나날이 가벼워 지는 루드비히의 말에 옆에 있던 에스텔라가 살짝 그의 손등을 꼬집었지만 루드비히는 제 옆자리의 상대를 보고는 그냥 웃어 넘겼다.
"본국의 분위기를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왕궁의 중론들도요."
뭐, 가브리엘라 공주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긴 어려울 것 같지만 말입니다. 다 식어버린 차를 한 번에 넘긴 루드비히가 빙긋 웃었다. 아마도 분가가 공화파에 몸을 담고 있는 한은, 총사대도 왕립 마법사단도 쉽사리 움직여 주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대놓고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움직여 주지도 않겠지.
"공화파 쪽의 분위기도 세스가 알아서 잘 알아봐 주리라 믿겠습니다."
"안 그래도 시몬이랑 한 번 얘기를 해보려구요."
"그럼 다행이구요. - 디트는 여기 남아서 세스를 계속 도와주도록 해요. 엘레나 양은 좀 빌려갈.....까요?"
마지막 한 마디에 맏이의 표정이 순간 흐려지는 것을 본 루드비히는 다시 쿡쿡, 웃었다. 농담입니다, 라고 덧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루드비히는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툭, 던지는 목소리에 묻어나는 진심어린 걱정에 세스티나는 말끄러미 루드비히를 올려다 보다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때만 진지해 지고 말이지. 그래도 불안하진 않은 건, 아마도 본국과 대치하게 될 상황은 영영 오지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