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독이 배에 오지 않게 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급작스럽게 끊긴 연락에 선원들이 부관을 독촉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 동안 휴가니 그 동안 푹 쉬어두시랍니다.'라는 전언 뿐이었다. 첫 열흘은 하루가 멀다하고 부관을 닥달하던 선원들은, 보름정도 지나서야 어느정도 가라앉았다. 그리고 새삼스레 깨달았다. - 그들의 제독은 고작해야 일 년 동안 참 멀리까지도 돌아다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납득이 되었다. 아직 어리다고 봐도 좋을 그들의 제독에겐 어느정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해도 뱃사람의 천성은 어쩔 수 없었다. 제독이 배를 비웠어도 선원들의 일과는 바다에 나가지 않을 뿐,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의 배 곳곳을 관리하고, 언제든 제독이 돌아오자마자 출항할 수 있도록 청소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 해 놓고. 끝나면 선원들끼리 어울려서 주점에서 어울려 마시고, 괜찮다고 끝까지 사양하는 부관을 발끝까지 술에 절여 놓는 것도 뱃사람들의 여흥이었다.
여느 때 처럼 그렇게 일과를 마무리 하던 날이었다.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가득한 마르세이유의 주점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색적인 보라색 머리카락에, 깃털이 달린 푸른빛 챙 모자를 눌러쓴 이가 들어와서는,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는 한참 술판을 벌이고 있는 선원들의 뒷쪽 테이블에 앉았다. 주인이 흘끔, 그 쪽과 선원들 쪽을 바라보았다가 일레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어깨를 가볍게 으쓱 해 보였을 뿐이었다.
"괴롭히는 건 적당히들 해 둬."
웃음섞인 낯익은 목소리. 오늘도 부관에게 벌주를 들이붓고 있던 선원들의 손이 멎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홀짝 하고 술을 한모금 들이킨 이가 마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내일부터 출항할 테니까."
"제독!!"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성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쿡쿡, 웃으며 모자를 벗고 한 달만의 선원들을 비잉 둘러보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게 됐어. - 이 정도면 푹 쉬었지?"
*
오랜만에 써 보는 여제독 아갓씨. 현재는 여전히 폴투. 아오 빨리 프랑스로 망명해야지 이거 원 ㅋ....